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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물도 불도 없는 장례, 자연매장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자연회귀

by 다비코 2026. 10. 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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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물도 불도 물도 쓰지 않는 장례가 환경 부담이 가장 적었다 - 벨기에와 네덜란드 자연매장

장례를 치르는 데 드는 돈은 따져 봐도, 그 장례가 환경에 남기는 부담을 따져 보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매장시 사용되는 석물, 화장로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 관과 수의 등의 용품을 만드는 일 모두 에너지와 자원이 사용된다. 벨기에 연구진이 이 부담을 장례 방식별로 처음 계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온 중간 결과와 해외 연구는 자연매장의 환경 부담이 가장 적다는 쪽을 가리킨다.

벨기에 겐트 드롱언 자연매장지 - 석물과 인공 기념물이 없는 들판과 야생 식생 / 출처 : 겐트시 공식보도자료


장례의 환경 부담을 처음 따져 보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학 연구진이 지난 13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첫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박사과정 연구자 카트린 미힐스는 매장, 화장, 수분해장, 자연매장을 같은 기준으로 견주었다. 장례를 치르는 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만드는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계산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결과는 방향이 뚜렷했다. 자연매장은 환경 부담과 비용 부담이 모두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통 매장은 그보다 컸다. 전통 매장에서는 묘지석과 묘지 사용 기간이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화장과 수분해장은 서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해외 연구에서도 같은 흐름


네덜란드 최대 장례업체가 의뢰한 별도 연구도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평균적인 고인 한 명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져 보니 자연매장은 40kg이었다. 전통 매장은 120kg, 가스 화장은 181kg이다. 자연매장의 배출량이 전통 매장의 3분의 1, 가스 화장의 4분의 1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환경 항목 전체를 함께 놓고 봐도 자연매장의 부담이 가장 적었다. 자연매장의 부담이 다른 방식보다 크게 나온 항목은 토지 이용 하나뿐이었다.


영국과 호주, 미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이어졌다. 영국 Planet Mark가 2023년 내놓은 장례업계 보고서는 자연매장을 환경 부담이 가장 적은 선택지로 꼽았고, 에너지를 쓰는 단계에서는 천연가스 화장의 탄소 배출 부담이 가장 크다고 보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2021년 연구는 자연매장과 보전매장이 환경 부담을 줄일 기회가 된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2018년 연구는 자연매장을 토지 보전 수단의 하나로 분석했다.


자연매장은 왜 부담이 적을까


가장 큰 이유는 묘지석이 없다는 점이다. 돌을 캐고 다듬어 옮기는 과정에서는 에너지가 쓰이고 오염물질이 나온다. 네덜란드 연구에서 전통 매장의 부담이 큰 것도 대부분 이 석재 묘지석 때문이었다. 자연매장은 나무 표식을 세우거나, 벨기에 겐트의 드롱언 자연묘지처럼 아예 기념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묘지석이 없으니 가꾸고 보수할 일도 적다.


태우거나 기계로 처리하는 과정이 없다는 점도 크다. 화장은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수분해장은 전용 설비와 약품이 필요하고 다량의 처리수가 나온다. 자연매장은 쉽게 분해되는 천으로 시신을 감싸 땅에 묻고, 나머지는 땅이 맡는다. 드롱언이 묘지 사용 기간을 25년으로 정한 것도 몸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맞춘 설계다.

벨기에 겐트 드롱언 자연매장지 - 석물과 인공 기념물이 없는 들판과 야생 식생 / 출처 : 겐트시 공식보도자료


묘지가 숲이 되는 방식


자연매장의 의미는 탄소 수치에서 끝나지 않는다. 드롱언 자연묘지는 조성 과정에서 원래 있던 식생을 건드리지 않았고, 인근 묘지의 흙을 옮겨 와 그 지역 식물이 이곳에서도 뿌리내리도록 했다. 플랑드르 자연·산림청도 공공 부지에 만드는 자연묘역의 첫째 기능은 자연 보전과 발전이라고 안내한다.


돌과 포장으로 채워진 기존 묘지와 달리, 자연매장지는 사람이 묻히는 동안에도 숲과 풀밭의 모습을 지킨다. 묘지가 자연을 밀어내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자연매장을 지지하는 쪽의 논리다.


남은 숙제, 땅


자연매장에도 약점은 있다. 앞서 본 네덜란드 연구에서 자연매장의 부담이 다른 방식보다 크게 나온 항목은 토지 이용이 유일했다.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고, 묘지를 영구히 유지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사용 기간을 25년으로 정한 겐트의 방식은 면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한 갈래로 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도시녹지 전문지는 화장이 늘면서 비어 가는 공영묘지의 유휴 구역을 자연매장에 쓰는 방안을 소개했다. 새 땅을 따로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도는 열렸지만 아직 낯설다


벨기에 플랑드르에서 시신을 직접 묻는 자연묘지는 2021년 겐트 드롱언이 처음 문을 열었다. 2024년 브뤼허가 뒤를 이었지만 2025년 10월 기준으로 두 곳뿐이다. 수요도 이제 걸음마 단계다. 브뤼허에서는 개장 첫해 자연매장이 14건에 그쳤고, 같은 기간 전통 묘지나 유골함을 택한 경우는 1,190건이었다. 시 관계자는 선택지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과제


안트베르펜 연구진은 화장장과 묘지, 장례업체에 에너지 사용량, 운송 거리, 요금 같은 자료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업계 자료가 쌓여야 플랑드르 실정에 맞는 최종 결과가 나오고, 정책 권고도 가능해진다. 공영묘지의 빈 구역을 자연매장구역으로 바꾸는 일, 유족이 장례를 상담하는 단계에서 방식별 환경 부담과 비용을 쉽게 비교해 볼 수 있게 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물론 자연매장을 최선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안트베르펜 연구는 중간 결과이고, 플랑드르에서 아직 허용되지 않은 수분해장은 이론과 해외 자료에 기대어 계산했다. 인체 퇴비화나 전기 화장로는 항목에 따라 자연매장과 비슷하거나 부담이 더 적게 나오기도 한다. 자연매장은 넓은 땅과 알맞은 토양이 필요해 모든 지자체에서 가능한 방식이 아니며, 생물다양성 효과도 연구가 직접 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장례 방식은 종교와 문화, 가족의 뜻이 얽힌 문제여서 환경 수치만으로 정할 수 없다. 연구진 스스로도 이번 분석이 선택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도움을 주는 자료라고 밝혔다.


어떻게 떠날 것인가, 어떤 땅을 남길 것인가

 

죽음은 개인의 일이지만, 떠난 뒤 머무는 자리는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장례 방식의 환경 부담을 따지는 일은 어느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은지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 어떤 자원을 소비하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며, 토지를 어떻게 점유하고 관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일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는 자연매장이 석재 묘비를 사용하는 전통 매장이나 가스 화장보다 기후변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임을 보여 준다. 다만 토지 이용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고, 전기 화장이나 인체 퇴비화처럼 비슷한 수준의 환경 성과를 보이는 대안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연매장을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장례의 환경 부담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고, 기존 묘지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거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매장지를 운영하며, 개인과 가족이 자신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어떻게 떠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남기는 환경적 결과는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세계 자연매장 현황
시신을 직접 묻는 자연매장은 1993년 영국에서 시작해 여러 나라로 퍼졌다. 아직 주류는 아니지만 증가세는 뚜렷하다.

영국 1993년 카라일에서 첫 자연매장지가 문을 열었다. 지금은 270~300여 곳으로 집계된다.
미국 자연매장 묘지가 2016년 150곳에서 2025년 500곳 가까이로 늘었다. 
캐나다 2008년 빅토리아에 첫 도심 자연매장지가 문을 열었다.
오세아니아 호주는 여러 주에 자연매장지가 있으며, 뉴질랜드는 19곳이 있다.
네덜란드 약 30곳이다. 자연매장지의 매장 건수는 해마다 10~20%씩 늘고 있다.
벨기에 시신을 직접 묻는 자연묘지는 겐트 드롱언(2021년)과 브뤼허(2024년) 두 곳이다(2025년 10월 기준).
아프리카·중동·중남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2년 스텔렌보스 인근에 첫 에코 묘지가 열렸다. 유대·이슬람 전통은 화장을 금하고 수의만 입혀 시신을 땅에 직접 묻는 매장 방식인데, 이스라엘에서는 자연매장보다 묘지 땅 부족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브라질은 2003년 환경위원회 결의로 생분해 소재를 쓰는 생태 매장이 허용됐다.
아시아 대부분이 화장 중심으로 가고 있으며, 중국은 매장이 허용된 지역에서 봉분을 남기지 않고 깊이 묻는 방식을 장려하고 있다.


※ 참고자료
• GVA, 안트베르펜 대학 Death Care 심포지엄 첫 결과 기사 (2026-10-13): https://www.gva.be/regio/antwerpen/regio-antwerpen/antwerpen/begraven-cremeren-of-een-andere-vorm-uantwerpen-onderzoekt-meest-duurzame-uitvaarttechniek/162996817.html
• DELA, 장례 방식별 환경 영향 LCA 요약본: https://begraafplaats.nl/wp-content/uploads/2024/06/240425-Samenvatting-Onderzoek-naar-Milieueffecten-Uitvaarttechniekeng.pdf
• VRT NWS, 겐트 드롱언 자연묘지 개장 (2021-09-29): https://www.vrt.be/vrtnws/nl/2021/09/29/gent-opent-natuurbegraafplaats-geen-gedenktekens-kisten-en-urn/
• VRT NWS, 브뤼허 자연묘지 첫 1년 (2025-10-09): https://www.vrt.be/vrtnws/nl/2025/10/09/natuurbegraafplaats-geen-succes-brugge/
• 플랑드르 자연·산림청(ANB), 자연묘역 안내 (2019년 6월판): https://publicaties.vlaanderen.be/view-file/61359
• Stad+Groen 6/2023, 자연매장의 가능성과 제약: https://stad-en-groen.nl/upload/artikelen/kybys---begraafplaatsen.pdf
• Stad+Groen 2/2026, 유휴 묘지 공간과 자연매장: https://stad-en-groen.nl/upload/artikelen/sg262_kybys.pdf
• 안트베르펜 대학 Death Care 프로젝트(환경 영향 연구 파트): https://www.uantwerpen.be/nl/projecten/dodenzorg/over-het-project/w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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