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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엔딩

산분하는 섬

'산분하는 섬'

 

대한민국에는 공식적으로 3,390개의 섬​ 이 있다.

 

우리는 죽으면 묘지에 가거나,봉안당에 들어간다. 그게 너무도 당연했다.

 

일본 시마네현. 카즈라섬. 사람은 살지 않는다. 하지만...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돌아간 곳이다.

 

"아버지... 이제 고향으로 가세요." 배는 조용히 무인도에 닿는다.

 

묘비도 없다. 무덤도 없다. 콘크리트도 없다. 자연만 있다.

 

흙이 되고 바람이 되고 나무가 된다.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무인도는 무려 2,910개.

 

만약... 우리에게도 '산분섬'이 있다면?

 

아이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 엄마 "저 바람 속에도,저 숲에도 계시단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돌아감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3,390개의 섬. 언젠가 그 가운데 하나가 누군가의 마지막 고향이 될 수 있을까?

 

한국 3,390개 섬 시대…'산분하는 섬'은 가능할까

일본 무인도 17년 실험이 던진 질문

대한민국에는 공식적으로 3,390개의 섬이 있다. 2025년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이 처음으로 통합 집계한 결과다. 주민이 사는 유인섬은 480개, 무인도서는 2,910개에 달한다. 전국 섬의 59.5%인 2,018개가 전라남도에 집중돼 있으며, 섬에 거주하는 인구만 약 81만 명이다.

일본에는 17년째 조용히 운영되고 있는 특별한 무인도가 있다. 시마네현 오키군 아마초의 카즈라섬(カズラ島). 사람은 살지 않지만, 수백 명의 마지막 안식처가 된 섬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작은 섬

카즈라섬은 면적 약 2,640㎡. 테니스코트 4면 정도 크기의 작은 무인도다.

국립공원 제1종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축물 하나 세울 수 없다. 묘비도 없고 무덤도 없다. 오직 숲과 바다, 바람뿐이다.

이곳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곱게 분쇄해 자연에 뿌리는 산분(散粉) 방식의 자연장이 이뤄진다.

2008년 처음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섬에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2013년 53명이던 누적 산분자는 12년 만에 약 4배 증가했고, 생전 예약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죽으면 고향 바다로"

이 특별한 장례문화는 거창한 정책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도쿄에서 근무하던 오키 출신 장례지도사들이 "죽으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됐다.

결국 고향 앞바다의 작은 무인도를 산분장 공간으로 조성했고, 지금은 수도권 거주자는 물론 산분장을 희망하는 일반인들도 찾고 있다.

산분은 바다가 가장 잔잔한 5월과 9월, 연 2회만 진행된다.

유족들은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고인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이후에는 맞은편 위령소에서 언제든 추모할 수 있다.

묘지를 만들지 않고, 자연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이다.

한국에도 섬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무인도만 2,910개가 있다.

그러나 현재 산분은 일부 해역이나 묘지시설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 특정 섬 전체를 자연 산분 공간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전라남도만 해도 무인도는 1,741개.

인천 152개, 경남 475개, 충남 248개 등 활용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는 섬은 적지 않다.

물론 모든 무인도가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립공원, 천연기념물, 생태보호구역 등 환경보전지역은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며, 주민 의견과 법적 절차, 환경영향 검토도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일본 사례는 '무인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공적 장사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공적인 추모시설 중심 장례문화의 대안

국내 장사문화는 여전히 인공적인 추모시설 중심이다.

대형 사설 봉안시설의 운영 투명성, 관리 책임, 장기 유지 문제는 꾸준히 사회적 논란이 되어 가고 있다.

반면 카즈라섬은 시설을 짓지 않는다.

묘비도, 안치시설도 없다.

자연은 그대로 유지되고, 유족은 섬 밖의 위령시설에서 추모한다.

지역은 방문객을 통해 새로운 교류와 경제 효과를 얻는다.

죽은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살아 있는 사람은 고향을 다시 찾게 되는 구조다.

'산분섬'이라는 새로운 선택지

우리 사회에서도 장례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화장률은 이미 90%를 넘었고, 수목장과 자연장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도 가능하다.

대한민국 3,390개의 섬 가운데, 미래 세대를 위한 '산분섬' 하나쯤은 만들 수 없을까.

그것은 관광지가 아니라 기억의 공간일 수 있다.

개발이 아니라 자연보전의 모델일 수도 있다.

묘지를 늘리는 대신 숲과 바다를 남기는 선택일 수도 있다.

17년 동안 일본의 작은 무인도는 이 질문에 조용히 답하고 있다.

이제 같은 질문을 한국도 시작할 때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