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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봉안당 법적 사각지대, '경과규정'의 진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뒤 우리가 찾는 봉안당(납골당)은 흔히 '영원한 안식처'라 불립니다. 정돈된 대리석과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유족들은 고인이 평안히 잠들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이 평온함 뒤에 25년째 방치된 법적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뭅니다. 우리가 믿고 맡긴 유골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운영 주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면, 과연 그 안식은 정말로 '영원'할 수 있을까요? 

 


2001년의 유령, '경과규정'이 만든 법적 사각지대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혼란의 뿌리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정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을 전면 개정하며, 500구 이상의 유골을 안치하는 사설 봉안시설은 반드시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시설의 공공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이때 삽입된 한 줄의 부칙이 거대한 예외를 만들었습니다.

장사법 부칙 제3조 (묘지 등에 관한 경과조치) "종전의 규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묘지·화장장 및 납골당은 이 법에 따라 설치된 묘지·화장시설 및 봉안시설로 본다."

이른바 '경과규정'이라 불리는 이 조항으로 인해, 2001년 이전 구법에 따라 허가받은 자연인(개인)이나 일반 법인 운영자들은 별도의 재단법인 전환 없이도 대형 시설을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규정에 전환 기한조차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종교단체는 500구 이상 설치 시에도 '종전 규정'을 적용받는 특례가 유지되는 반면, 일반 법인 운영자들은 재단법인 의무와 종교 특례 사이에서 기득권만을 누리는 기묘한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정부는 수십만 기의 유골을 강제 이장할 대안이 없다는 딜레마 속에 이 '반영구적 회색지대'를 25년째 방치하고 있습니다.

 


'변경신고'의 마법 — 규제를 무력화하는 기묘한 루프홀
정보 아키텍트의 시각에서 볼 때, 이 문제의 핵심은 '묘지'와 '봉안시설'에 적용되는 행정 절차의 결정적 차이에 있습니다. 장사법상 '법인묘지'는 반드시 재단법인에 한해 '허가'를 받아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납골당과 같은 '봉안시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고제'로 운영됩니다.

영리 목적의 운영자들은 이 지점을 공략합니다. 신규 설치는 재단법인만 가능하지만, 이미 설치된 시설의 '변경신고'에는 운영 주체의 자격을 재검토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신규 설치'가 아닌 '안치 기수 변경신고'라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둘러, 500구 미만으로 시작한 시설을 수천, 수만 기 규모로 무제한 확장해 왔습니다.

지자체 역시 속수무책입니다. 변경신고 수리를 거부했다가 운영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적 근거 미비로 패소할 위험이 크고, 유족들의 민원 폭주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묵인합니다. 결국 법이 막으려 했던 '수익의 사유화'가 행정 공백을 타고 거대화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되었습니다.



"수백억 재산을 왜 포기하나" — 법인화 거부
운영자들이 그토록 재단법인 설립을 거부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순간, 수백억 원 가치의 부지와 건물을 법인에 '출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상 사유재산권의 포기를 의미합니다. 일단 출연된 재산은 개인의 의지로 매매하거나 상속할 수 없는 공익 자산이 됩니다.

특히 법인화 과정은 그 자체로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과세 이벤트'입니다. 토지와 건물을 법인 기본재산으로 편입할 때 발생하는 등록세와 지방교육세 등 세금 부담은 운영자들에게 강력한 진입장벽이 됩니다. 또한 재단법인이 되면 주무관청의 엄격한 감독을 받으며 결산 서류를 공개해야 하므로, 안치비와 관리비를 개인 수입처럼 처리하던 관행이 불가능해집니다.

대법원은 이미 "법인묘지의 경영권을 민법상 재단법인이 아닌 자에게 양도하는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는 판결을 통해 운영권 매매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자들은 상속과 양도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소비자 보호라는 공적 가치를 외면한 채 '민간 사업자'의 지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예고된 사회적 재난 — 주인이 사라지는 '시한폭탄' 납골당
개인의 탐욕과 행정의 방치가 맞물린 이 구조는 이제 '사회적 재난'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1980~90년대 화장 장려 정책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난 경과규정 납골당의 운영자들은 이제 고령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후계자가 없거나 자녀들이 복잡한 법적 분쟁과 상속 문제를 이유로 승계를 거부하는 '시나리오 B'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지방 일부 시설에서는 운영자 사망 후 관리 주체가 사라져 시설이 방치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운영 주체가 파산하거나 사라지면 유골의 법적 지위는 공중에 붕괴하며, 이장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정신적 고통은 온전히 유족의 몫이 됩니다. 지금 당장은 평온해 보일지 모르지만, 향후 10~20년 내에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올 '장사 대란'의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25년의 방치를 끝내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 더 이상 '현실적 어려움'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서는 안 됩니다.

첫째, 장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변경신고 요건을 강화해야 합니다. 500구 이상의 대규모 확장이 수반되는 변경신고 시에는 재단법인에 준하는 재무 건전성 심사를 강제하는 '트리거 조항'을 신설해야 합니다. 

 

둘째, 운영보증보험 가입 및 안치비 분리 예치제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재단법인이 아니더라도 운영 주체의 파산에 대비해 유골 이장 비용 등을 담보할 보험 가입을 신고 수리 조건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셋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합니다. 소비자가 봉안시설을 선택할 때, 해당 시설이 재단법인인지, 경과규정 대상인지,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시해야 합니다.

"당신이 선택한 봉안시설의 운영 주체는 누구입니까?"

이 질문은 단순히 행정적인 확인이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입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가 보장되고 정책적 변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우리의 마지막 안식처는 진정으로 영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정부의 응답을 촉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봉안시설_소비자보호_정책제안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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