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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삶과 죽음, 국가는 중립을 지켜라

자살방조 클리닉 디그니타스(Dignitas)본사 건물. Photo: AFP/GETTY


지난 15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말기환자 등에 대한 '자살 방조 금지'에 대해 국민투표가 실시되었습니다. 보수정당인 '스위스연방민주동맹(EDU/UDF)'이 제출한 것으로 자살방조의 대상을 '스위스에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과 '자살방조 자체를 아예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①안은 투표자의 78.4 %가 반대를 했고, ②안인 자살방조 금지안도 84.5%가 반대를 한 것입니다. 결국 스위스 국민 대다수가 자살방조를 용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위스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나라이고, 상업성에 기인하지 않는 한 말기환자 등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제공하는 '소극적인 자살 방조'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약물을 스스로 마시게 하거나 투여하는 '적극적인 자살 방조'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자살방조 클리닉 디그니타스(Dignitas)는 지난 10년간, 1000명 이상의 외국인 말기환자들의 안락사를 도와왔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스위스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안락사 여행 (death tourism)'의 최적지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스위스의 유명한 자살방조단체인 엑시트(Exit)의 베른 슈타(Bernhard Sutter)부대표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죽을 권리는 개인의 문제이고, 국가와 교회도 이러쿵 저러쿵 참견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표 결과는 다른 사람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면 도와주었던 스위스의 인도주의 전통을 명확하게 나타낸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말기환자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고, 이를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스위스인들의 사고방식은 전통적인 '중립의식'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에도 국가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