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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례업의 딜레마

퓨너럴뉴스

by LMS10 2011. 4. 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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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례업은 수십년간 한 곳에 정체되어 있는 듯 답답한 모양새를 띠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분야처럼 활발한 교류나 결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확실한 대표성을 가진 집단이나 단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타업종의 영업권 침해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한 합동대응책이나 그 흔한 집단이기주의 조차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독립된 하나의 산업으로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0월 현재 전국의 장례식장 수는 총 881개입니다. 이가운데 병원에 부속된 장례식장이 596개로 68%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32%인 285개가 전문장례식장입니다. 특히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는 장례식장의 80~90%가 병원에 속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병원이 장례식장 사업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순입니다.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괴상한 모순으로, 이는 갑작스러운 의료산업의 발전과 우리의 오랜 인습에 기인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종전의 병원에서는 말기 환자들을 "집으로 모시고 가 편안하게 보내드리십시요"라고 권해 왔다. 그러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마지막까지 치료한다는 개념으로 전환되면서,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례가 점차 늘게 되었다. 병원에서 객사한 다음 집으러 모셔가 장례를 치르는 것은 전통적인 인식으로 볼 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혹여 병원이나 밖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망인 경우, 병원에 부속된 시체 안치실 옆에 임시로 천막을 치고 장례를 치르던 것이 바로 병원 부설 장례식장의 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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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가족 중심의 장례에 익숙한 사람들은 객사의 장례나 치르는 곳으로 인식되던 영안실에서 가족의 장례를 치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병원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료계 쪽에서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므로 장례를 치르면 중환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라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보건사회부에서는 "불법 장례식장인 병원 영안실을 엄단한다"라는 엄포를 계속 놓았다. 하지만 병원 영안실에서의 장례는 나날이 증가하였다.

그 과정에서 '영안실의 바가지 상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이어졌다. 이렇게 한국 장례식장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불법과 탈법이 판치는 곳으로, 또 일각에서는 엄청난 떼돈을 버는 곳으로 인식되어갔다.(박태호, 장례의 역사)

병원의 장례식장 운영은 사실상의 불법이었지만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오면서 최근까지도 묵인되거나 방임되어 오다, 지난해에 와서야 건축법 시행령과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어정쩡한 형태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병원측은 아예 병원의 임의시설인 장례식장을 "시체실이 현대사회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필수적 의료시설"로 정의하기에 이르렀고, 여기에 과감한 투자로 기존 건물의 신·개축과 내부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드러내놓고'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장례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타산업에 종속된다는 것은 '이익의 재투자를 통한 산업의 발전'이라는 기본 원칙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것이 수십년 동안 한 곳에 정체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입니다. 또한 '의료업에 종속되어버린 장례업' 관련 종사자들은 그 정체성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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