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여행
2026. 4. 10.
귀신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
무라야마 지준 『조선의 귀신』이 포착한 보이지 않는 세계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은 1930년대 조선총독부 촉탁 조사관으로서, 조선의 민간신앙을 방대하게 기록한 인물이다. 그의 저작 『조선의 귀신(朝鮮の鬼神)』은 단순한 미신 목록이 아니다. 읽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조선 사람에게 귀신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었다.귀신은 저세상 존재가 아니었다우리가 보통 귀신을 떠올릴 때, 밤에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 존재를 상상한다. 하지만 무라야마가 채록한 조선의 귀신 개념은 전혀 다른 층위에 있다. 귀신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걸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여기 일상의 공간에 상주하는 존재였다. 집 안에, 부엌에, 마당 구석에, 길목에, 나무 아래에. 그들은 특별한 날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