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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유골이 '가루'에서 '돌'이 되던 날

다비코 2026. 9. 2. 18:28

파팅스톤(Parting Stone)이 화장 문화에 던진 질문

partingstone.com

 

비닐봉지 하나가 바꾼 것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저스틴 크로우(Justin Crowe)라는 한 크리에이티브 창업가가 조부의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마친 유골을 건네받았다. 담긴 곳은 다름 아닌 비닐봉지였다.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었다"고 그는 훗날 회고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형태가 왜 이토록 무심하게 다뤄져야 하는가, 이 질문 하나가 오늘날 북미 1,000개 이상의 장례식장과 손잡고, 1만 2천 가구 이상이 이용한 데스테크(Death-tech) 기업 파팅스톤의 출발점이었다.

 

이 회사가 파는 것은 간단하다. 화장 후 남은 가루 형태의 유골 전량을, 손바닥만 한 것부터 손톱만 한 것까지 40~80개가 넘는 매끈한 '돌' 형태로 되돌려주는 것. 유골함 속에서 존재조차 잊혀가던 무언가가, 나눠 갖고 만지고 여행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물건으로 바뀐다. 화장률이 60%를 넘어 계속 상승 중인 미국, 그리고 이미 화장률이 90%를 넘는 한국 같은 사회 모두에게, "화장 이후 유골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질문이다.

 

유골이 돌이 되기까지 - 국립연구소가 참여한 이유

 

파팅스톤의 기술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는 데 있다. 크로우는 2018년 산타페의 한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뒤, 뉴멕시코주 중소기업 지원 제도를 통해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의 세라믹 공학자와 손을 잡았다. 미국 핵무기 연구로도 유명한 그 연구소다.

 

공정은 이렇다.

  1. 유골에서 치아 임플란트나 관절 보형물 같은 금속 이물질을 제거한다.
  2. 알갱이 형태의 유골을 아주 고운 가루로 재분쇄한다.
  3. 유리질 결합제(binder)와 소량의 물을 섞어 점토처럼 만든다.
  4. 원하는 형태로 성형한 뒤 고온의 가마에서 소성한다.
  5. 식힌 뒤 연마해 가족에게 돌려보낸다.

이 전 과정에 특허가 출원되어 있고, 완성된 결과물은 인공적인 염료 없이도 유골 자체의 성분에 따라 흰색·아이보리를 기본으로 미세하게 청색·녹색·황색 빛을 띠기도 한다. 물에 넣어도 녹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가 별도 분석을 통해, 이 고형화된 유골이 기존의 가루 상태 화장재보다 토양·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알칼리성이 강한 일반 화장재와 달리 산골(散骨) 시 생태계에 더 우호적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회사가 마케팅에서 적극 활용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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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2C와 D2C의 이중 판매 구조

 

파팅스톤의 사업 모델은 단순한 D2C(소비자 직접 판매)가 아니다. 오히려 매출의 상당 부분은 장례식장을 경유하는 B2B2C 구조에서 나온다.

 

전국 1,000곳이 넘는(일부 자료는 1,600곳 이상으로 집계) 장례식장·화장 서비스 업체가 파팅스톤의 "파트너"로 등록되어 있다. 유족이 장례 상담실에 앉으면, 장례지도사가 "일반 유골함 대신 이런 선택지도 있습니다"라며 옵션으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장례식장은 여기에 자체 마진을 얹어 재판매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가는 파트너사에 따라 $1,695부터 파팅스톤 공식가인 $2,495까지 편차가 있다.

 

동시에 소비자가 회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주문하는 D2C 채널도 열려 있다. 화장을 마친 지 며칠이 지났든, 10년이 지났든 상관없다. "옷장 속에 방치된 유골함"을 가진 가정을 재유치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다. 반려동물용 서비스는 $295~$475 선으로 별도 운영되며, 여러 사람의 유골을 함께 고형화하는 합장(co-mingling) 옵션도 있다.

 

이 모델의 진짜 힘은 한 번의 주문이 여러 사람에게 닿는다는 데 있다. 40~80개의 돌을 형제자매, 자녀, 손주들이 나눠 가지면서, 구매자 한 명이 곧 여러 명의 잠재 구전 홍보자가 된다. 실제로 검증된 리뷰 193건 중 97%가 5점 만점을 준 것도 이런 정서적 만족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투자와 방송 출연

2019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 정식 설립, ICCFA 혁신상 수상
2020 Fast Company 선정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부문 우수상
2022년 상반기 시드 투자 약 200만 달러 유치(Lightspeed Venture Partners 등)
2022.08 뉴멕시코주 경제개발기금에서 고용 확대용 보조금 15만 달러
2022 하반기 호주 장례 서비스 대기업 InvoCare가 전략적 투자 100만 달러 - 호주 진출의 발판
2023.04 미국 인기 방송 'Shark Tank' 출연, 투자자 로리 그레이너·케빈 오리어리로부터 약 40만 달러 유치

 

방송 출연 직후 일주일 만에 웹사이트 트래픽이 약 900% 급증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 번의 전국 방송이 "화장 후에 꼭 가루로 남을 필요는 없다"는 개념을 하룻밤 새 1천만 명 이상에게 각인시켰다는 것이 창업자의 자평이다. 이후 회사는 가격을 $1,695 안팎에서 $2,495로 인상했는데, 이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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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골 사리화' 산업과의 비교

 

"유골을 가루가 아닌 다른 형태로 되돌려준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한국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허청 기록만 놓고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한 세대는 앞서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는 "유골 결정체 제조", "유골 사리화 장치" 같은 이름의 특허가 수십 건 등록돼 있다. 예컨대 2000년대 등록된 한 특허(KR100583624)는 "화장 후 남은 유골을 분쇄해 골분을 만들고, 이를 고온으로 재가열해 용융시킨 뒤 구슬 형태로 재결정시키는 장치"를 설명한다. 반려동물 전용 특허(KR100584002)까지 별도로 존재할 만큼, 이 기술 자체는 국내에서 이미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다만 기술의 원리는 파팅스톤과 정반대에 가깝다.

 

이 마지막 지점, 즉 네이밍 전략의 차이가 두 시장을 가장 극명하게 가른다. '사리'는 원래 고승을 다비한 후 나오는 구슬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이자, 양산 통도사를 비롯한 5대 적멸보궁에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을 만큼 한국인에게 이미 익숙하고 경건한 개념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 기존 어휘를 그대로 빌려와 "고인의 유골도 사리처럼 만들어드립니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반면 파팅스톤은 "stone(돌)"이라는 중립적이고 세속적인 단어를 택해, 종교색을 걷어내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포지셔닝했다. 같은 물리적 결과물이라도 어떤 문화적 서사를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품이 되는 셈이다.

 

가격 구조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유골을 활용한 국내외 상품 중 가격이 가장 투명하게 공개된 쪽은 오히려 유골 다이아몬드 분야다. 스위스 알고르단자(Algordanza)의 국내 유통가는 0.3캐럿 기준 약 400만 원대 후반, 0.7캐럿이면 1,300만 원대까지 올라간다. 반면 국내 구슬형 '사리화' 서비스는 업체별로 산재해 있을 뿐, 파팅스톤의 "$2,495 정찰제"나 알고르단자의 "캐럿당 정가표"처럼 가격을 명확히 공개한 표준화된 브랜드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는 시장이 미성숙해서라기보다, 국내에서는 이 서비스가 일부 화장장 인근 소규모 매장 단위로 파편화되어 유통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팅스톤이 만들어낸 "전국 단일 브랜드 + 균일 가격 + 표준화된 대량 유통망"이라는 조합이 아직 한국에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도 흥미로운 평행선이 하나 있다. 장사법은 자연장을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시행령에 자연장에 쓰이는 유골이 "묻기에 적합하도록 분골"되어야 한다고 못박는다. 즉, 파팅스톤이나 국내 구슬형 사리화 상품 모두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강화한 결과물은 법이 정한 '자연장'용 골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만 유골을 봉안시설(납골당)에 안치하거나 개인이 집에 소장하는 행위 자체는 분말 여부와 무관하게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한국에서도 이런 상품들은 "자연장 대체재"가 아니라 "봉안·수시 소장 대체재"로 접근해야 법적 정합성이 맞는다.

 

정리하면, 파팅스톤이 한국에 새롭게 던지는 것은 "유골을 가공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20년 전부터 국내 특허청에 쌓여 있던 기술이다. 파팅스톤이 진짜로 보여주는 것은 ① 파편화된 기술을 하나의 전국구 브랜드로 통합하는 방법, ② 종교적 함의 없이도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세속적 스토리텔링, ③ 가격과 공정을 투명하게 표준화해 신뢰를 쌓는 방식, 즉 기술이 아니라 사업화의 정교함이다.

 

남는 질문들

 

파팅스톤의 사례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유족이 슬픔 속에서 마주하는 선택지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 선택이 조금 더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애도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2,495라는 가격표, 8~10주라는 대기 시간,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법적 해석은 이 모델이 어디에서나 그대로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함께 보여준다.

 

가루로 남을 것인가, 돌로 남을 것인가, 혹은 사리로 남을 것인가... 이 선택지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장 이후의 이야기는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