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원 내고 '영구'를 샀는데…5년 관리비 안 내 사라진다면, 그 돈은 무엇의 대가인가

봉안당 영구 사용권이 관리비 미납으로 소멸한다면, 이미 낸 사용료는 어떻게 되는가. 사용권도 사라지고 돈도 사라진다면, 천만 원은 대체 무엇의 대가였는가.
사설 봉안당 '영구 사용'의 빈칸
사설 봉안당 분양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영구 사용'이다. 수백만~천만 원대 사용료를 내면 사용기간 제한이 없는 안치단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계약서를 넘기면 계산이 달라진다. 5년 또는 10년마다 관리비를 다시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일정 기간 뒤 사용권이 사라진다고 정한 시설도 있다.
천만 원을 내고 '영구'를 샀는데 관리비 25만 원을 안 냈다고 사용권이 사라진다면, 처음 낸 천만 원은 무엇을 산 돈인가.
봉안당에는 세 가지 돈이 있다
사용료는 안치단을 쓰는 권리의 값이다. 관리비는 이용자가 내는 시설 운영비로, 보통 5년 단위로 걷는다. 관리금은 운영자가 법에 따라 따로 쌓아 두는 시설 유지·재해 대비 준비금이다. 세 돈 모두 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 셋의 차이를 모른 채 계약한다는 데 있다.
'영구'가 무엇인지 정하지 않았다
한국 장사법은 비용을 일부 규율한다. 사설 봉안시설 운영자는 사용료와 관리비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고, 반환 기준을 포함한 가격표를 게시해 장사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며, 게시한 가격 외의 돈은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영구'가 무엇인지는 정하지 않았다. 사용기간의 뜻, 관리비 인상 상한, 미납 시 사용권 처리, 영구관리비가 어디까지 포함하는지는 법에 적을 의무가 없다. 사설 봉안당은 영구 계약이 일반적이고, 관리비는 별도로 5년치를 선납한다. 공설도 마찬가지로 서울 시립 봉안시설은 5년 단위로 관리비를 받는다.
관리비 미납에 따른 사용권 소멸이 유효한지는 약관 해석과 약관규제법상 불공정 여부로 따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용자가 계약 전에 그 조건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관리금은 '영구 보장'이 아니다
가장 흔한 오해가 관리금이다. 장사법 제25조의 관리금은 대통령령이 정한 사설 시설의 설치자가 재해 대비와 시설 유지·개보수를 위해 시설물별로 적립하고, 그 용도로만 쓰는 준비금이다. 쌓지 않거나 다른 데 쓰면 업무정지 등 처분을 받는다.
만든 이유도 분명하다. 입법 이유서는 장사시설은 오래 유지돼야 하는데 사업자 수입이 분양 때 몰려 유지·보수 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정부도 분양 수입과 장기 관리비가 어긋난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봉안당 업체는 사용료와 관리비 수입의 일부를 법정 관리금으로 적립해야 된다. 그런데 그 돈이 실제로 얼마 쌓였고, 어디에 보관하며, 어떻게 쓰였는지는 소비자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관리금은 이용자의 미래 관리비를 대신 쌓아 두는 돈이 아니다. 제주도 조례를 보면 연간 사용료·관리비 총수입의 5%를 매년 적립하되, 재산세 과세표준의 5%에 이르면 멈추고, 금융기관 적립이나 보험 가입 증빙을 내게 한다. 상한이 있는 재해·보수용 준비금이다. 이 돈이 있다고 관리비가 사라지지 않고, 시설이 영원히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분양에서 받고, 관리에서 또 받는다
운영자의 수입은 분양 때 몰린다. 분양이 끝나면 새 수입은 관리비뿐이다. 이용자는 한번 안치하면 옮기기 어려워 협상력이 약하다. 건물이 낡고 수선비가 늘수록 관리비 인상 압력은 커진다.
가정을 하나 세워 보자. 사용료 1,000만 원에 5년 관리비 25만 원이면, 30년간 낸 관리비가 150만 원, 50년이면 250만 원이다. 인상분과 수선비는 뺀 숫자다. 사용료의 4분의 1이 관리비로 계속 나간다. 사용료 안에 장기 관리 재원이 얼마 들어 있는지 묻는 것은 정당하다. 한국 사설 봉안당에서 이를 설명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영구관리비 상품도 같다. 일반 관리만 포함하는지 건물 수선까지 포함하는지,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는지가 계약서 몇 줄에 달려 있다.
일본은 사용료와 관리비를 나눠 설명한다
일본 공영묘지 안내문은 영대사용료를 구획을 독점해서 쓰는 값으로, 관리수수료를 통로·녹지 같은 공용부분 관리 경비로 설명한다.
아이치현 한다시는 사용료에 앞으로의 관리비를 미리 넣어 받는다. 시영 묘지 사용료(30만~36만 엔)를 정할 때 공용부분 유지비와 전기·수도료 50년분 정도를 넣었다. 사용료 안에 관리비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분명하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요금과 사용기한이 명확히 규정되고 이용자에게 충분히 설명되는지, 계약 해제 때 사용자가 보호되는지를 묘지 허가 심사 항목에 넣었다.
관리비를 사용료에 넣은 사쿠라 수목장
일본에는 관리비 구조 자체를 다르게 만든 곳도 있다. 비영리법인 엔딩센터가 기획한 '사쿠라 수목장'이다. 이용자는 이 법인이 아니라 묘지를 경영하는 사찰과 직접 사용계약을 맺는다. 제사를 이어받는 권리를 사찰이 가져 후계자가 필요 없고, 유골은 한 번 묻으면 움직이지 않고 흙으로 돌아간다. 관리하는 사람이 자손이 아니라 경영 주체로 정해져 있다.
관리비는 사용료에 들어 있다. 공식 구역 안내는 사용료를 '관리비를 포함한 금액'으로 표시한다. 마치다 구역은 모든 구획에서 연간 관리비가 없다. 따로 드는 돈은 매장료와 명판 조각료, 그리고 생전에만 내는 회원 연회비다. 계약자가 모두 매장되면 연회비도 내지 않는다. 관리비를 안 내서 사용권을 잃는 일이 생길 틈이 없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세 가지다. 석물과 건물이 거의 없어 관리할 것이 적다. 관리 재원을 사용료에 미리 포함해 평생 납부를 없앴다. 후계자를 두지 않아 후손이 관리비를 내야 유지되는 고리를 끊었다.
다만 이 '영구'의 끝에는 사찰이 있다. 사찰이 사라지면 약속도 흔들린다. 같은 정원 안에도 기한이 있는 구획이 따로 있다. 같은 이름 아래에서도 구획마다 '영구'의 내용이 다르다. 사용료에서 관리 몫이 얼마인지, 그 돈을 따로 보관하는지는 공개돼 있지 않다.
해외는 '영구'를 돈으로 뒷받침한다
미국은 주마다 판매가의 일정 비율을 영구관리 신탁에 넣게 한다. 루이지애나는 최소 10%에 더해 추가로 넣은 금액도 빼 가지 못하게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는 적립률이 15~40%이고, 매장용 묘는 판매가의 40%다. 대만은 관리비를 전용 계좌에 두고 쓸 수 있는 용도를 제한한다. 또 관리비 외 수입의 2%를 지자체가 보유하는 기금에 모아, 운영이 무너졌을 때 수리·관리비로 쓴다.
한국 조문에는 분양대금의 일정 비율을 독립된 수탁자에게 맡기라는 규정이 없다. 정부는 2012년에 부도로 방치되는 시설에 대비해 수입금 일부를 공탁하게 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현행 법 본문에는 그 제도가 보이지 않는다.
운영자가 흔들리면 '영구'도 흔들린다
전주 자임추모공원이 보여 줬다. 2011년 재단법인으로 허가받아 2017년 봉안당을 신고하고 운영했는데, 2019년 법인 기본재산인 봉안시설 8개가 강제경매에 넘어갔다. 2024년 6월 일부 소유권이 유한회사로 넘어갔고, 새 소유자는 재단법인 설립이 불허돼 유골 관리 권한이 없다며 시설을 폐쇄했다. 봉안당은 2026년 1월부터 전면 중단됐다가 4월 20일 임시로 문을 열었다. 양측은 사기 분양 여부를 놓고 소송 중이다.
계약서의 '영구'는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 힘을 잃었다.
'영구'는 논리적으로 성립하는가
'영구'라는 말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가 섞여 있다.
첫째는 사용기간이다. 계약에 만료일이 없다는 뜻이라면 성립한다. 다만 매장은 예외다. 장사법상 분묘 설치기간은 30년이고, 연고자가 신청하면 30년을 한 번 연장한다. 매장 묘를 '영구'로 파는 것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봉안에는 이런 기간 제한이 조문상 없다. 그러나 같은 법은 시설을 폐지하는 절차를 두고, 폐지 때 3개월 이상 알리고 유골 처리와 사용료·관리비 정산을 하게 한다. 법이 시설의 폐지를 처음부터 전제한다는 뜻이다. 사용기간의 영구는 시설이 있는 동안의 영구다.
둘째는 관리의 지속이다. 돈으로만 보면 성립할 수 있다. 1년 유지비를 안전한 연 수익률로 나눈 금액을 원금을 건드리지 않는 기금으로 묶어 두면 이론상 영원히 관리비가 나온다. 1년 유지비가 3,000엔이고 연 수익률을 3%로 잡으면 약 10만 엔이다. 사쿠라 수목장이 관리비를 사용료에 넣고도 굴러갈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수익이 유지되고, 원금이 지켜지고, 물가를 이기고, 관리 주체가 계속 있어야 한다.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캘리포니아 감독기관 조사에서는 2016년 말 기준 연간 유지비 추정치가 약 9,400만 달러인데 기금 수익은 약 4,130만 달러여서 매년 5,270만 달러가 부족했다. 5년마다 관리비를 걷는 방식은 영구 재원이 아니다. 이용자가 계속 내고 운영자가 계속 있어야 이어지는 구조다. 오늘 낸 5년 관리비는 5년치일 뿐이다.
셋째는 시설과 운영 주체가 계속 있느냐다. 이것은 어떤 계약으로도 보장할 수 없다. 건물에는 수명이 있다. 대만 학계는 납골탑 같은 건축물은 사용연한이 있어 어떻게 관리해도 영구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서도 영대공양은 사찰이나 영원이 존속하는 한 이어지는 공양이다. 법인은 파산하고, 사찰은 사라지고, 시설은 경매에 넘어간다. 전주가 그 사례다.
그래서 건물이 큰 봉안당이 수목장보다 '영구'에서 멀다. 토지와 나무는 재건축이 필요 없지만 건물은 필요하다. 건물이 있는 시설이 '영구관리'를 내세우려면 대수선과 재건축 비용을 어디서 마련하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결론은 이렇다. "관리가 영원히 보장된다"는 뜻의 영구는 어떤 계약도 약속할 수 없다. 성립하는 것은 조건을 붙인 영구뿐이다. 기간 제한은 없지만, 관리비를 내는 동안 유지되고, 시설과 운영자가 있는 한도에서 보장되는 사용권이다. 이 조건을 빼고 '영구'만 내세우면 사실이 아니라 말장난이다. 정직한 표기는 "관리비 납부를 조건으로 한, 기간 제한 없는 사용권"이다.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영구'의 뜻을 계약 첫 면에 써야 한다. 사용기간, 관리비 부과 여부와 인상 상한, 미납 시 처리, 시설·운영자가 바뀔 때의 처리를 의무로 적게 해야 한다.
사용료의 구성을 밝혀야 한다. 사용료에 장기 관리 재원이 얼마 들어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들어 있다면 관리비를 또 받는 이유를, 없다면 '영구'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
관리금을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쌓인 금액과 쓴 내역을 이용자가 볼 수 있게 하고, 별도 계좌와 독립된 수탁자 같은 안전장치를 검토해야 한다.
운영자가 바뀌어도 이어져야 한다. 소유권이 넘어가거나 경매·폐업이 있어도 계약, 유골, 관리 책임이 자동으로 승계되고 유족에게 알려져야 한다.
'영구'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계약의 내용이어야 한다. 무엇이 영구인지, 사용권인지, 관리인지, 관리비를 내는 동안만인지는 판매하는 쪽이 먼저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