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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많을수록 커지는 회사, 세계 최대 장례기업 SCI의 비밀

다비코 2026. 9. 26. 15:58


텍사스주 휴스턴, 2층짜리 낡은 장례식장 위에서 자란 한 소년이 있었다. 로버트 월트립.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장례업자였다. 스무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남들과 다른 걸 보았다. 장례식장은 저마다 영구차를 갖고, 저마다 방부처리실을 갖고, 저마다 직원을 고용했다. 비효율의 극치였다. 1962년 그는 생각했다. 이걸 맥도날드처럼 만들 수는 없을까. 표준화된 매뉴얼, 공유되는 설비, 규모의 경제. 그렇게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 SCI가 태어났다.

반세기가 넘게 흐른 지금, 그 발상은 북미 대륙 전역에 걸친 제국이 되었다. 44개 주와 캐나다 8개 주, 워싱턴 D.C.와 푸에르토리코까지 뻗은 1,485개의 장례식장과 500개의 묘지. 해마다 70만 가구가 이 회사의 손을 거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다. 시장점유율은 15에서 17퍼센트에 이르러, 2위 업체와의 격차가 압도적이다. 죽음이라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상수 위에서 SCI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조용한 복리 기계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이 제국이 순탄하게만 커온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월트립의 회사는 이미 가장 가까운 경쟁자보다 세 배나 큰 규모로 성장해 있었다. 절정기에는 20개국, 5개 대륙에 걸쳐 4,500개가 넘는 시설을 거느렸다. 그러나 화려함 뒤엔 균열이 자라고 있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영원히 우상향할 것 같던 사망률이 예상과 달리 완만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은 좁아지는데 시설 인수 비용은 계속 치솟았다. 1998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주가는 넉 달 만에 반토막 넘게 무너졌고 사장이 물러났다. 이듬해에는 창업자의 아들을 포함한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한때 세계를 삼킬 듯했던 확장 신화는 그렇게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려 멈춰섰다.

살아남은 SCI가 택한 길은 겸손이었다. 해외 자산을 정리하고 북미로 시선을 좁혔다. 탐 라이언 현 회장 겸 최고경영자 체제 아래, 회사는 몸집을 불리는 대신 체질을 다졌다. 그 결과물이 지금 눈앞에 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11억 달러를 넘기며 전년 대비 4퍼센트 늘었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3퍼센트나 뛰었다. 한 해 전체로 보면 조정 주당순이익은 아홉 해째 상승 곡선을 그리며 3달러 85센트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목표로 조정 주당순이익 4달러 10센트에서 4달러 30센트 사이를,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연 8에서 12퍼센트의 이익 성장이라는 자신만만한 좌표를 제시해두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SCI) 본사. SCI는 북미 최대 규모의 장례·묘지 기업으로, 장례식장과 묘지 등을 운영하며 장례서비스와 선불 장례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WhisperToMe /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0 1.0, Public Domain

 

이 모든 숫자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SCI만의 무기가 있다. 바로 선불계약, 즉 프리니드 사업이다.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장례와 묘지를 미리 계약하고 비용을 신탁에 맡겨둔다. SCI에는 이렇게 미리 확보된 미래의 매출이 무려 176억 달러어치나 쌓여 있다. 이는 단순한 백로그가 아니라,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금흐름의 방파제다. 여기에 더해 관과 유골함 같은 소모품을 중앙에서 대량 구매함으로써 독립 업체 대비 20에서 25퍼센트 낮은 원가를 실현하고, 도심 속 묘지 부지라는 물리적으로 복제 불가능한 자산을 선점해왔다. 후발주자가 아무리 자본을 쏟아부어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이다.

그렇다면 경쟁자들의 사정은 어떨까. 유일하게 뉴욕증시에 남아 있는 순수 동종업체 캐리지 서비스는 SCI의 십분의 일 규모에 불과하다. 2026년 2분기, 이 회사는 전국적인 사망률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임종 장례 건수가 4퍼센트 가까이 줄었고,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한 주 만에 주가가 19퍼센트나 급락했을 정도다. 반면 캐나다 최대의 상장 동종업체였던 파크론은 아예 증시를 떠났다. 2024년, 보험사 홈스테더스 라이프와 사모펀드 버치힐 이 공동으로 62퍼센트의 프리미엄을 얹어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면서다. 미국 남부 시장으로 조용히 영토를 넓히고 있지만, 이제는 실적을 대중에게 공개할 의무조차 없다. 한때 문제 많았던 스톤모어 역시 사모펀드 액사르 캐피털의 품에 안겨 에버스토리 파트너스라는 새 이름으로 재기를 도모하는 중이다. 결국 이 업계에서 투명한 재무제표를 매 분기 세상에 공개하며 정면승부를 거는 대형 플레이어는 사실상 SCI 하나만 남은 셈이다.

물론 이 거대한 성공담에는 그늘도 짙게 드리워 있다. 소비자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SCI의 화장 서비스 중위가격은 2,700달러로 독립 장례식장의 1,562달러보다 훨씬 비싸고, 완전한 장례식은 7,705달러로 독립업체의 5,241달러를 크게 웃돈다. 한 경제전문지의 취재는 SCI의 평균 장례비가 독립업체보다 42퍼센트나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낮췄다는 회사의 설명과, 유가족의 지갑에서 실제로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간다는 현실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법정에서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2022년에는 플로리다에서 8만 7천 명의 고객을 상대로 선불상품을 기만적으로 판매했다는 혐의로 최대 2억 9백만 달러 규모의 환불에 합의했고, 이듬해에는 캘리포니아주와 신탁 및 환불정책, 재향군인 혜택과 관련한 소비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2,300만 달러의 벌금과 배상에 합의했다. 회사는 두 사안 모두에서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합의 자체가 이 거대 기업이 소비자 신뢰라는 무형자산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러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자본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등급은 강력매수이며, 목표주가는 100달러 안팎까지 올라와 있다. 회사는 벌어들인 현금의 상당 부분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어 2023년 이후 발행주식 수를 8퍼센트 넘게 줄였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기에 접어드는 인구구조적 흐름은 앞으로 수십 년간 이 산업의 총수요 자체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만 화장 비중이 계속 늘어나며 건당 단가가 낮아지는 흐름, 그리고 온라인 직접화장 같은 저비용 신규 진입자들의 등장은 SCI가 앞으로도 계속 답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결국 SCI의 이야기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이야기다. 한쪽에는 흩어져 있던 산업을 하나의 정교한 기계로 재조립해낸 반세기의 경영 서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사람이 가장 취약한 순간, 가장 방어력이 낮은 소비자를 상대로 지나치게 높은 값을 매겼다는 오래된 비판이 있다. 그 두 얼굴 사이 어딘가에서, 이 회사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