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도 아파트에 산다. 이스라엘 야르콘 묘지 이야기

죽은 사람도 아파트에 산다. 이스라엘 야르콘 묘지 이야기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 페타 티크바라는 도시에 특이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서 있다. 얼핏 보면 흔한 고층 건물처럼 보이지만, 이 건물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살고 있지 않다. 이곳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아파트, 바로 야르콘 묘지다.
어쩌다 이런 묘지가 생겼을까
야르콘 묘지는 1991년에 문을 열었다. 원래 바트얌이라는 지역에 있던 남부 묘지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묘지가 필요했고, 텔아비브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현재의 자리가 최종 선정됐다. 현재는 텔아비브, 라마트간, 홀론, 바트얌 등 중부 대도시들의 죽음을 함께 책임지는 대표적인 묘지가 됐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평평한 땅에 무덤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150에이커, 즉 축구장 100개 남짓한 면적에 이미 11만 기가 들어차 사실상 자리가 없어졌다. 이스라엘 전체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활성화된 유대인 묘지가 약 800곳에 이르지만, 텔아비브는 이미 30년 전부터 평지 매장 자리가 바닥난 상태였다.
그래서 위로 쌓기 시작했다
야르콘 묘지에는 게펜, 리몬, 타마르라는 이름의 다층 매장묘 건물이 세워졌다. 2014년경 완공된 첫 건물은 높이 22미터로, 새로운 땅을 한 평도 늘리지 않고도 수천 기를 더 수용할 수 있었다.
계획은 훨씬 더 컸다. 이러한 수직 구조물을 30개까지 건설할 예정이었으며, 모두 완공되면 새로운 토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25만 기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이 지역이 앞으로 25년은 버틸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건물 하나하나는 약 21미터 높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투비아 사기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미 고층 아파트에서 층층이 살기로 합의했다. 그렇다면 죽어서도 층층이 묻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죽음을 쌓는 세 가지 방법
사기브가 제시한 매장 확장 방식은 세 가지다. 하나는 벽에 니치(작은 공간)를 만들어 시신을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각 층이 마치 하나의 완전한 묘지처럼 만들어진 고층 건물 방식이다. 우리가 아파트 각 층에 각자의 집을 갖고 사는 것처럼, 죽은 사람도 각 층에 자기만의 매장 공간을 갖는 셈이다.
정작 어려웠던 것은 기술이 아니라 종교였다
땅을 위로 쌓는 것은 사실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진짜 문제는 유대교 율법이었다. 유대 매장 의식은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에 뿌리를 두고 있고, 율법은 모든 시신이 흙과 먼지 위에 각각 묻히도록 정하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 안에 층층이 쌓는 방식이 정말 이 원칙에 맞는지가 논란이 됐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건물 기둥 내부에 흙을 채운 파이프를 설치해서, 아무리 높은 층이라도 그 흙이 땅과 연결되도록 만든 것이다. 형식적으로나마 모든 층이 '땅과 이어져 있는' 셈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텔아비브 매장 협회의 랍비 야아코브 루자는 이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전에는 산에 동굴을 파서 사람을 묻었다. 지금 우리는 그 인공 동굴들을 쌓아 올려 산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새로운 방식이 유대교의 아주 오래된 전통, 즉 동굴과 지하 묘지에 시신을 안치하던 관습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해석이다. 예루살렘의 장례 협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실제 지하 동굴을 파서 매장 공간을 늘리는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다.
결국 랍비들과 이스라엘 종교서비스부가 나서서 이 수직 묘지 방식을 공식적으로 '코셔(율법에 합당함)'라고 선언했다. 종교와 현실이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대텔아비브 장례 협회 관계자는 이 건물들이 앞으로 20년 넘게 매장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곳이 이스라엘만은 아니다. 땅이 좁고, 화장을 꺼리거나 금지하는 문화권일수록 이러한 수직 묘지가 필요해진다. 브라질 산투스에는 32층짜리 세계 최고층 묘지가 있고, 인도 뭄바이에서는 4대 종교별로 구역을 나눈 초고층 묘지 건물이 이보다 더 높게 지어질 예정이다.
물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두가 이 방식을 반긴 것은 아니다. 콘크리트를 대량으로 붓고 철골을 세우는 공사 과정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흙에 그대로 시신을 묻는 전통 방식이 오히려 환경에는 더 낫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에는 대중의 반발도 있었다.
야르콘 묘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높이 짓는 기술'이 아니다. 산 사람들이 이미 익숙해진 아파트 생활 방식을 죽음의 영역까지 확장하면서도, 수천 년 된 종교적 원칙을 어기지 않을 방법을 찾아낸 사회적 타협의 결과물이다. 땅은 부족한데 종교는 화장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은 답은 하나뿐이었던 셈이다. 산 사람이 층층이 살듯, 죽은 사람도 층층이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