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가난, 그 이름은 '무연고'

장례비가 없어 가족은 시신을 포기한다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계산서다. 빈소를 마련할 수 있는지, 관과 운구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화장 뒤 유골을 어디에 모실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 유족들이 있다. 이들에게 장례는 애도의 시간이기 전에 비용의 문제다.
가족이 있어도 '무연고'가 되는 사람들
행정 용어로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을 가리킨다. 그러나 현장의 실상은 이 정의와 다르게 흘러간다. 2025년 5월 연합뉴스TV는 장례비 부담을 이유로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행정상 무연고 사망자' 현상을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YTN 보도는 서울시 사례를 구체적 수치로 짚었다. 2020년 600여 명이던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는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가족이 있음에도 시신 인도를 거부한 경우는 80%에 달했다.
전국 단위로 보면 이 추세는 더 뚜렷하다. 연고자가 있으나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비율은 2021년 70.8%에서 최근 75%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연고자를 아예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없는 경우는 오히려 줄었다. 가족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가족이 있어도 마지막 의무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무연고'가 늘어나는 셈이다. 한 지역언론이 실시한 전수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은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연고'라는 말은 가족관계의 부재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단절과 관계의 단절이 뒤섞인 결과다. 행정은 이 복잡한 사정을 하나의 분류명으로 줄인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는 가난 때문에 마지막 인수마저 포기해야 했던 가족의 사정이 있다.
장례비는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을 겨눈다
한국에서 장례는 오랫동안 가족의 책임으로 여겨져 왔다. 국가는 사망 신고와 시신 처리 절차를 관장하고, 장례의 형식과 비용은 유족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 제도는 가족이 충분한 소득과 관계망을 갖고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고 가족관계가 끊기면서 그 전제는 이미 무너졌다.

빈소를 차리는 순간부터 비용은 발생한다. 장례식장 사용료, 관과 수의, 입관과 운구, 화장 비용이 이어지고, 장례가 끝나도 비용은 끝나지 않는다. 봉안당에 유골을 모시면 사용료와 관리비가, 자연장을 택해도 시설 이용료가 따라붙는다. 장지를 마련하지 못한 유족은 결국 인수를 포기하는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보건복지부의 장제급여는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가 사망했을 때 검안, 운반, 화장 또는 매장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그 지급 수준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크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 사례에서는 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 장례업체에 지급하는 장제급여가 1인당 평균 77만 원 수준(2021년 인천 지역 기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장례식장 이용료 전체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금액이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수급자'라는 자격 요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난하지만 수급자가 아닌 사람, 자격 확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사람은 제도 바깥에 남을 수 있다. 장례는 기다려주지 않는데, 복지의 문턱은 서류와 자격을 요구한다.
조례는 생겼지만, 권리는 아직이다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2023년 3월 개정돼 같은 해 9월 시행되면서, 시·군·구청장이 관할 구역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장례 의식을 수행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2024년 2월 공영장례 표준조례안을 배포했다.
수치는 이 제도의 확산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2024년 1월 기준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제정한 곳은 15개 시·도(88.2%)와 177개 시·군·구(78.3%)였고, 2023년 기준 예산은 8개 시·도에서 34억 원, 191개 시·군·구에서 43억 7천만 원이 편성됐다. 조례와 예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죽은 뒤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예우가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대학언론의 취재에 따르면 조례가 있어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장례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는 지자체가 있고, 이 때문에 장례식장과 지자체 간 비용 정산을 둘러싼 갈등까지 발생한다. 표준조례안 역시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 지자체장의 인식과 재정 여건에 따라 실제 운영은 천차만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영장례의 대상이 대체로 무연고 사망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이유로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사람은 무연고 사망자에만 있지 않다. 가족이 있어도 가난할 수 있고, 가족이 있어도 서로를 부양할 수 없을 수 있다. 연고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책임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비용
공영장례가 빈소와 의식 일부를 지원한다 해도 죽음 이후의 모든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검안과 운구, 화장, 유골 보관, 고인의 주거 정리, 체납 공과금과 임대차 문제, 유품 처리는 여전히 남은 사람의 몫이다. 특히 유품은 가난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정리할 가족이 없는 방에는 보증금과 체납 고지서, 팔 수 없는 물건들이 남고, 유품정리업체를 이용할 돈이 없다면 그 부담은 집주인이나 이웃, 일선 공무원에게 넘어간다.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처음 실시한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도 일본에서 인수자가 없어 지자체가 화장한 시신은 약 4만 2천 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약 2.7%에 해당했다. 가족이 없는 경우뿐 아니라 친족이 있어도 장례비를 감당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를 겪는 사회가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는 숫자, 남는 질문
e하늘 장사정보서비스의 무연고 공고에는 매일 새로운 이름이 올라온다. 2026년 9월 3일 확인된 화면에는 전국 무연고 공고가 6,636건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 누적 건수를 연간 무연고 사망자 수와 같은 통계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사람씩 올라온 이름의 목록은 분명히 보여준다.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는 끝내 자신의 가족과 주소, 비용을 증명하지 못한 채 행정의 언어로 남는다는 사실을.
가난한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소득과 재산, 부양가족의 유무를 여러 차례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죽은 뒤에도 남은 가족은 다시 증명해야 한다. 이 사람이 내 가족인지, 내가 장례를 치를 수 있는지,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이 과정에서 장례는 애도가 아니라 심사로 바뀐다.
가족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시신을 인수하지 못할 때,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죽은 사람을 존엄하게 보내는 일은 유족의 능력에 따라 주어지는 선택인가, 아니면 모든 시민에게 보장돼야 할 마지막 기본권인가. 문명은 죽은 사람을 얼마나 아름답게 기리는가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의 마지막을 어디까지 함께 책임지는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