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

죽고 나서야 발견되는 엔딩노트, 일본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고 있나

다비코 2026. 9. 11. 12:40

쓰는 것과 전달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무리 정성껏 엔딩노트를 써 두어도, 그 존재를 아무도 모르면 의미가 없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기록은 위급한 순간에 발견되지 않으면 그저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일본의 몇몇 지자체는 이 문제를 행정 서비스로 풀어보려 하고 있다. 이름하여 종활정보등록사업이다.

 

 

요코스카시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이 제도의 출발점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다. 요코스카시는 2015년 7월부터 의지할 친족이 없는 시민을 위한 엔딩플랜 서포트 사업을 먼저 운영해 왔다. 그리고 2018년 5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의 종활등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가 밝힌 도입 이유는 단순했다. 본인이 써 둔 엔당노트가 어디 있는지, 묘지가 어디에 있는지, 정작 본인이 쓰러지거나 세상을 떠났을 때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미리 시에 등록해 두면,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병원이나 소방, 경찰, 복지사무소, 혹은 본인이 미리 지정해 둔 사람에게 시가 대신 그 정보를 알려주는 구조를 만들었다. 제도가 발표되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100건의 문의와 5건의 등록이 이루어졌다.

 

2023년 이후 빠르게 늘어난 지자체들

 

일본총합연구소가 2025년 4월 내놓은 정책 리포트를 보면, 요코스카시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2025년 초 기준 전국 15개 지자체로 퍼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중 대부분이 2023년 이후에 새로 생겼다는 사실이다. 즉 요코스카시가 문을 연 지 5년쯤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셈이다.

 

후생노동성이 2025년 2월 실시한 청취조사에도 이 15개 지자체가 고스란히 등장한다. 홋카이도 이시카리시, 아오모리시, 도쿄 오타구와 도시마구, 요코스카시, 가마쿠라시, 즈시시, 기후시, 오부시, 다하라시, 욧카이치시, 히메지시, 슈난시, 사카이데시, 이마바리시다. 대부분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등록비는 어디든 무료다. 창구를 찾아가거나 우편으로 서류를 접수하는, 아직은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이 주를 이룬다.

 

등록하는 건 노트의 내용이 아니라 위치다

 

각 지자체가 받는 등록 항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성명과 본적, 생년월일 같은 기본 신상정보, 긴급연락처, 주치의와 지병 및 알레르기 정보, 연명치료에 대한 사전 의사표시서의 보관 장소, 엔딩노트의 보관 장소, 장기기증 의사, 시신 기증 여부, 장례와 유품정리 관련 생전계약처, 유언장의 보관 장소와 그 내용을 누구에게 알려줘야 하는지, 그리고 묘지의 소재지 정도가 공통적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이 제도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지자체가 보관하는 것은 엔딩노트나 유언장의 실제 내용이 아니다.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 정보뿐이다. 다시 말해 종활정보등록사업은 엔딩노트를 대신하는 제도가 아니라, 엔딩노트가 실제로 발견되고 전달되도록 만드는 색인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도서관 카탈로그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얼마나 쓰이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일본총합연구소 리포트는 이 제도의 현실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등록자 수부터 많지 않다. 가장 오래된 요코스카시조차 약 1,000명 수준이고, 나머지 지자체는 수 명에서 수십 명에 머문다. 정보 조회를 실제로 받아본 경험이 있는 지자체 자체가 드물다. 상담까지는 받지만 정작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 많고, 조회 없이 사망한 뒤 주민등록 대조 과정에서야 뒤늦게 사망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이 제도가 정작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등록자의 상당수는 따로 살긴 해도 의지할 친족이 있는 사람들이다. 정작 의지할 친족이 전혀 없거나, 같이 살아도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종이 서류 중심의 등록 방식도 발목을 잡는다. 갱신이 번거롭다 보니 신청자들은 모든 항목을 완벽하게 정해 놓은 다음에야 등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등록 자체를 미루게 된다.

 

앞으로의 방향

 

리포트는 몇 가지 개선안을 제시한다. 의지할 친족이 없어 민간사업자와 계약했거나 신뢰하는 친구에게 부탁하고 싶은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넓히는 것, 마이넘버포털을 통한 전자신청으로 등록과 갱신의 문턱을 낮추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모든 항목을 채우게 하기보다 주치의와 지병 정보처럼 쉬운 것부터 등록하고 시간을 두고 채워나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가장 인상적인 제안은 통지 방식의 전환이다. 지금처럼 누군가 조회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방식 대신, 사망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조회를 기다리지 않고 지자체가 먼저 등록된 장례사업자나 사후사무 수임자에게 연락하는 이른바 푸시형 통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는 있는데 전달이 늦으면 결국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정확히 짚은 셈이다.

 

리포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한다. 종활정보등록사업은 종활 지원이라는 큰 그림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지 스스로 정하는 일, 실제로 지원해 줄 사업자와 계약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일, 그리고 사후에 그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일까지, 상류에서 하류까지 이어지는 전체 흐름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민간사업자에 대한 규제

 

지자체의 종활정보등록사업과는 별개로, 2024년 6월에는 내각관방의 신원보증등고령자서포트조정팀이 내각부 고독고립대책추진실, 금융청, 소비자청, 총무성과 함께 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는 신원보증이나 사후사무를 유상으로 대행하는 민간사업자를 겨냥한 것으로, 지자체의 등록제도와는 다른 트랙이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의지할 친족이 없는 고령자와 1인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정리

 

종활정보등록사업은 엔딩노트라는 개인적 기록이 실제로 쓰이게 만드는 행정적 장치다. 2018년 요코스카시의 시도가 2023년 이후 여러 지자체로 번지고 있지만, 아직은 등록자도 적고 실제로 정보가 전달된 사례도 드문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가 가장 절실한 사람들, 즉 의지할 친족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문턱이 더 높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기다리는 방식에서 먼저 연락하는 방식으로. 이 두 가지 전환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이 제도가 원래 의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