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작아지는데, 일본 '엔딩산업'은 왜 커지고 있나

안치·화장·사후사무가 새로운 시장이 된 이유
일본에서 장례식은 분명히 작아지고 있다. 가족장, 1일장, 직장(直葬)·화장식이 빠르게 퍼지면서 대규모 장례식은 옛말이 되고 있다. 이것만 보면 장례산업 전체가 위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정반대다. 산업의 돈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고 있을 뿐이다.
과거에는 장례식장, 음식, 답례품, 종교의례가 이 산업의 주요 수익원이었다. 지금은 시신 운송과 안치, 화장, 유골 처리, 묘지철거, 유품정리, 상속, 사후사무, 신원보증으로 산업의 범위 자체가 넓어졌다. 장례식은 이제 엔딩산업의 '중심'이 아니라 '한 과정'이 됐다. 일본에서 '종활(終活)'이라는 말이 장례 준비를 넘어 생애 말기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생활서비스를 뜻하게 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안치가 새로운 시장이 된 이유, 화장장이 막히면 먼저 막히는 건 장례식장이 아니다
이 구조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화장 대기(火葬待ち)' 현상이다.
도쿄도는 2026년 6월 '화장장에 관한 검토회'를 발족시켰다. 도내 화장 실적의 약 70%를 민영 화장장이 담당하는 구조에서, 화장 대기가 이미 현실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다만 이를 일본 전국의 화장장 부족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전국적으로 화장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사망자가 집중되는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화장 수요와 시설 능력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화장로가 밀리면 장례식장이 아니라 그 앞 단계, 안치가 먼저 막힌다. 이 문제를 학술적으로 처음 정리한 사람이 도쿄여자의과대학 무토 쓰요시(武藤剛) 준교수다. 그가 이끄는 연구반은 2023년도부터 후생노동과학연구비 보조금(건강안전·위기관리대책종합연구사업)을 받아 '안치소 등에서의 위생기준 확립을 위한 실증연구'를 수행해왔고, 월간 퓨네럴 비즈니스 2026년 4월호부터 전 6회 연재로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연구반의 전국조사에서 화장 대기에 따른 시신 안치기간 '최댓값'의 평균은 12.4일로 나타났다. 모든 시신이 12일씩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사정이 나쁜 지역·시설에서 실제로 벌어진 최장 대기 사례들의 평균이 그렇다는 뜻이다. 그만큼 안치라는 영역 자체가 독립적인 관리·처리의 대상이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등장한 '시신 호텔'
안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것이 전문 안치시설과 엠바밍(시신 보존처리) 시설이다. 업계와 언론은 이를 '유체 호텔(遺体ホテル)'이라 부른다.
무토 교수팀은 이 시설들이 느는 속도만큼 지역 주민과의 합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역·환경보건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시신 감염 위험, 취급 오인 위험, 드라이아이스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중독처럼 안치 현장의 구체적 위험도 함께 제기했다. 과거 장례식장이 시신을 잠시 보관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화장장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시신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전문시설 자체가 독립적인 산업이 되고 있는 셈이다.

화장장도 더 이상 장례산업의 부속시설이 아니다
화장장은 오랫동안 장례의 마지막 단계로만 취급됐다. 그러나 다사사회에서는 화장장이 전체 장례 흐름을 결정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화장능력이 부족하면 장례 일정이 늦어지고, 안치기간이 길어지며, 유족의 이동과 비용도 늘어난다. 도쿄도가 화장장을 별도 정책 검토 대상으로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화장장은 이제 단순한 장례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사망 수요를 처리하는 사회 인프라가 되고 있다.
묘지를 만드는 산업에서, 없애는 산업으로
묘지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묘지산업이 새로운 묘와 납골공간을 파는 산업이었다면, 지금은 묘지철거(墓じまい)와 이장, 합장묘, 수목장, 산골처럼 기존 묘지를 정리하는 서비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만들어진 수많은 묘지를 누가 관리하고, 누가 정리하고, 유골을 어디로 옮길 것인지가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장묘산업의 방향이 조성에서 관리·정리로 이동한 것이다.
가족이 하던 일을, 이제 시장이 한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가족구조에서 온다. 병원·요양시설 입소에 필요한 신원보증(身元保証)부터 생전정리(生前整理), 사망 이후의 사후사무(死後事務)까지, 과거 가족이 자연스럽게 나눠 맡던 일을 전문사업자에게 맡겨야 하는 고령 1인가구가 늘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신원보증과 생전정리 두 분야를 합친 일본의 종활 관련 시장은 2025년도 약 257억3000만 엔 규모로 예측됐다. 장례가 사망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집중된 서비스라면, 신원보증과 생전정리는 죽기 전부터 시작되는 서비스다. 산업의 시간축 자체가 앞으로 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사망 이후에도 사망신고, 연금 정리, 계약 해지, 유품처리, 상속처럼 할 일은 계속 이어진다. 가족이 이걸 나눠 맡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일본의 엔딩산업은 점점 '가족을 대신하는 서비스'가 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 기업, 가마쿠라신서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이 장례·묘지·불단 정보 포털에서 출발한 가마쿠라신서(鎌倉新書)다. 지금은 사업영역을 상속, 개호, 보험, 지자체 협력, 1인가구 지원으로 확대하고, 스스로 '종활 인프라' 구축을 핵심 미션으로 내세운다.
2026년 1월기 매출은 83억3500만 엔, 영업이익은 11억6100만 엔으로 모두 역대 최고였다. 2026년 1월 말 기준 협력 지자체는 508곳, 일본 전체 인구의 약 60%를 커버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민간 엔딩기업이 개인에게 장례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주민의 생애 말기 문제를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마쿠라신서는 온라인 포털에만 머물지 않는다. AI·데이터 활용과 함께 대면 상담원을 통한 오프라인 접점 확대를 강조하고, 장례·묘지뿐 아니라 개호·상속·부동산 상담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짜고 있다. 2025년 말에는 SOMPO홀딩스와 자본업무 제휴를 맺었고, 2026년 4월부터는 SOMPO히마와리생명이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종활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엔딩산업이 특정 업종의 독립 시장이 아니라 보험·개호·의료·부동산·행정과 연결되는 횡단산업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결국 '엔딩산업'의 상품은 장례가 아니다
사람이 죽는 순간 발생하는 문제는 장례 하나가 아니다. 시신을 옮겨야 하고, 안치해야 하고, 화장해야 하고, 유골을 처리해야 한다. 묘지도, 집도, 계약도, 재산도, 상속도 정리해야 한다. 가족이 없다면 이 모든 걸 누군가 대신해야 한다. 과거엔 이 대부분을 가족이 맡았지만, 가족이 작아지고 1인가구가 늘면서 그 역할이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장례식 → 화장 → 묘지
현재: 생전준비 → 신원보증 → 의료·개호 → 장례 → 안치 → 화장 → 유골 → 묘지·산골 → 유품 → 상속 → 사후사무
산업의 앞뒤가 모두 길어졌다. 장례식은 그 가운데 하나의 과정이 됐을 뿐이다.
한국이 일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고령화, 1인가구 증가, 가족 규모 축소, 화장률 상승. 한국이 지금 밟고 있는 길은 일본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한국의 장례 정책은 주로 장례식장과 화장시설, 봉안시설과 묘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일본이 보여주는 건 그다음 단계다. 화장시설이 부족해지면 안치시설이 필요하고, 가족이 사라지면 사후사무가 필요하며, 묘지를 관리할 사람이 없으면 묘지철거와 유골 이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서비스를 연결할 플랫폼이 필요하다.
장례식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장례식이 엔딩의 중심이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일본보다 늦을 뿐 한국에도 머지않아 닥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