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

임종의 순간, 몸과 마음이 함께 보내는 신호

다비코 2026. 9. 22. 10:00


터미널 섬망과 터미널 고뇌 이해하기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지킨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는 가장 깊은 형태의 배려다. 그러나 그 곁을 지키는 시간은 종종 낯설고 두려운 장면들로 채워지기도 한다. 평온하게 눈을 감을 것이라 상상했던 사람이 갑자기 안절부절못하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거나, 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릴 때 가족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동요는 크게 두 갈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몸이 기능을 멈추어가며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 즉 터미널 섬망(terminal agit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 마음속에 쌓여온 갈등이 마지막 순간에 표면으로 떠오르는 터미널 고뇌(terminal anguish)다. 두 개념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도, 다루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가족은 그 순간을 훨씬 덜 두렵게, 훨씬 더 의미 있게 지날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 터미널 섬망


터미널 섬망은 터미널 리스트리스니스(terminal restlessness), 터미널 딜리리움(terminal delirium)이라고도 불리며,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안절부절못함과 혼돈, 정서적 불안정을 가리킨다. 대개 마지막 한두 주 사이에 나타나지만, 특히 마지막 24시간에서 48시간 사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호스피스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의 25퍼센트에서 85퍼센트에 달하는 인원이 임종 직전 이 상태를 거쳐 간다고 보고한다.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은 몸이다. 신장과 간을 비롯한 장기들이 하나둘 기능을 멈추면서 몸속에는 미처 걸러내지 못한 노폐물이 쌓이고, 이는 화학적 불균형으로 이어져 뇌의 기능을 흔든다. 심장과 폐의 기능 저하로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것 역시 혼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여기에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이 섬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통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아 환자가 고통에 압도되어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원인이 전부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임상 지침은 패혈증, 저혈당, 오피오이드 과다, 고칼슘혈증, 심지어 잊기 쉬운 알코올 금단 증상까지도 섬망의 '되돌릴 수 있는' 원인으로 꼽으며, 변비나 요폐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놓치기 쉬운 요인들도 반드시 확인하라고 권한다. 다만 죽음이 임박한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이러한 개입의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섬망은 자연스러운 임종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거창한 처방이 아니다. 손을 잡아주고, 다리와 발을 가만히 마사지해주고,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주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 방 안을 조용하고 익숙하게 유지하고, 낯선 방문객이나 소음을 줄이는 것. 이런 소박한 행동들이 혼돈 속에 있는 사람에게도 안정감을 전한다. 그럼에도 진정되지 않거나 환자 자신 또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위험할 정도로 격렬해진다면, 그때는 지체 없이 호스피스나 완화의료팀에 알리고 필요하다면 약물적 개입을 논의해야 한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 터미널 고뇌


터미널 고뇌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섬망과 닮아 있다. 안절부절못하고, 신음하거나 울부짖기도 한다. 그러나 그 뿌리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뇌 기능의 이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심리적·영적 갈등이 마지막 순간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분노, 불안,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 풀리지 않은 관계, 가족 간의 불화... 이 모든 것이 고뇌의 토양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흔히 죄책감이 자리한다.

이 고뇌는 더 넓게 보면 '실존적 고통(existential distress)'이라 불리는 감정의 범주에 속한다. 죽음 자체에 대한 생각, 삶이 지녔던 의미에 대한 회의, 외로움, 존엄성을 잃어가는 데 대한 상실감,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나타난다. 실제로 한 호스피스 입원 환자 연구에서는 절반이 넘는 환자가 입원 당시 이미 두려움을 호소했고, 그중 가장 흔한 것은 다름 아닌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왜 하필 나인가" 하는 물음, 신념 체계에 대한 흔들림, 신에게조차 버림받았다는 느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가족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섬망은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도 응급하게 다룰 수 있지만, 고뇌는 환자가 아직 또렷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기에 다루어야 훨씬 더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의식이 흐려지고 몸이 쇠약해진 뒤에는 마음을 풀어낼 기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영역에는 근거를 갖춘 전문적 개입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존엄치료(Dignity Therapy)다. 훈련된 전문가가 열린 질문을 통해 환자의 기억, 소망, 삶에서 얻은 교훈,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이끌어내고, 이를 녹취하고 다듬어 가족에게 남길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단기 심리치료다. 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는 참여자의 76퍼센트가 존엄감이 높아졌다고 답했고, 67퍼센트가 삶의 의미를 더 깊이 느꼈다고 응답했으며, 고통 지표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특히 애초에 고통 수준이 높았던 환자군에서는 우울과 불안 증상의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생을 돌아보는 라이프 리뷰(Life Review)나 의미중심 심리치료(Meaning-Centered Psychotherapy) 역시 같은 목적으로 널리 쓰이는 검증된 방법이다.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형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화해와 감사와 용서의 말을 전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이제 편히 계셔도 괜찮다"는 안심의 말을 건네는 것, 무엇보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는 태도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만약 환자가 "그만 끝내고 싶다"거나 죽음을 재촉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다면, 이는 단순히 지나칠 말이 아니라 즉시 의료진과 의료사회복지팀에 알려야 할 신호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두 개념이 만나는 지점


실제 임상 현장에서 두 현상은 종종 겹쳐서 나타나고, 하나의 증상 뒤에 두 가지 원인이 함께 작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조차 섬망과 고뇌, 실존적 불안이라는 용어를 서로 겹쳐 쓰기도 한다. 다만 그 원인의 방향(몸에서 오는가, 마음에서 오는가)을 가늠하는 것은 곁을 지키는 가족에게도 중요한 나침반이 된다.


나가며


임종의 순간은 몸이 조용히 문을 닫아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살아온 생애 전체가 마지막으로 정리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에 나타나는 동요를 그저 '이상 증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몸이 보내는 신호인지 마음이 보내는 신호인지 헤아려보는 것, 그것이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돌봄의 시작이다.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손을 잡고, 곁에 머물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경우가 많다.



※ 참고 자료
American Cancer Society, Terminal Agitation
Cleveland Clinic, Terminal Agitation: Recognizing End-of-Life Signs
Amedisys, What is Terminal Agitation? How Hospice Treats Terminal Restlessness
Marie Curie, Terminal agitation at the end of life (Professionals)
Smoky Mountain Home Health and Hospice, Terminal Agitation or Restlessness as Death Approaches
Palliative Care Network of Wisconsin, Diagnosis and Treatment of Terminal Delirium
Hui D, Cheng SY, Paiva CE. Pharmacologic Management of End-of-Life Delirium, Cancers (Basel), 2024
Kates J. Self-Reported Fears by Hospice Patients at the End of Life, Innovation in Aging, 2020
Chochinov HM et al., Dignity Therapy 관련 임상 연구 다수 (systematic review, PMC5405836 외)
CareSearch, Distress at the End of Life (Nurses fact sh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