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순환장이라는 선택
대를 이어 지켜 온 묘나 납골시설을 정리하는 일은 이제 특별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묘를 정리하는 이른바 하카지마이(墓じまい)가 빠르게 일반화되었다. 다만 정리를 마친 뒤 꺼낸 유골을 어디에 모실지는 여전히 각 가정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글에서는 그 행선지의 하나로 주목받는 순환장(循環葬)을 중심으로, 기존 시설을 정리하고 순환장으로 옮기는 과정을 정리한다.

정리가 늘어나는 배경
일본 후생노동성의 위생행정보고례에 따르면 2024년도 개장(改葬) 건수는 연간 약 17만 6천 건에 이른다. 하루로 환산하면 480건이 넘는 수치다. 개장이란 이미 안치된 유골을 다른 묘나 납골시설로 옮기는 일을 말한다. 핵가족화와 지역 유대의 약화로 묘를 이을 사람이 없거나 관리 부담을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대표적이다. 이 수치는 순환장 운영사 at FOREST가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것이다.
순환장이란 무엇인가
순환장은 화장한 유골을 가루 상태로 만들어 묘석이나 표식 없이 사찰이 관리하는 숲의 흙 속에 묻는 방식이다. 유골은 시간이 지나 숲의 일부가 된다. 일본에서는 at FOREST가 2023년 7월 오사카 노세 묘켄잔(能勢妙見山)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5년 8월에는 지바현 미나미보소의 마노지(真野寺)에 두 번째 거점을 열었다. 후계자와 관리비가 필요 없고 사찰이 영대공양을 맡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리부터 순환장까지의 흐름
핵심은 정리와 행선지를 따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순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가족 합의와 기존 묘지 관리자와의 협의다. 사찰 묘지라면 해약 절차와 사례 문제를 미리 상의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며 이 단계가 어긋나면 이후가 모두 지연된다.
둘째, 순환장 계약처의 결정이다. 숲 견학과 온라인 설명회가 마련되어 있고, 견학 시에는 역에서 무료 송영이 제공된다. 신청은 사찰 경내, 고베 사무실, 온라인, 전화 중 어느 쪽으로도 가능하다.
셋째, 개장 허가의 취득이다. 일반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이전할 곳의 묘지 관리자로부터 수용 증명서를 받고, 기존 묘지 관리자로부터 매장 증명서를 받는다. 이어 기존 묘지가 있는 시구정촌에 개장 허가를 신청해 허가증을 받는다. 수수료는 무료에서 1,000엔 안팎이다. 허가 없이 유골을 옮기면 묘지·매장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되고 형법상 분묘발굴죄에 해당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정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넷째, 유골 취출과 묘 철거다. 철거 전에 폐안 공양(閉眼供養)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송골과 분골이다. 순환장은 송골 키트를 보내 주며, 유골을 키트에 담아 사찰로 우편 발송하면 경내의 분골실에서 한 분씩 분골한다. 분골 과정의 참관은 받지 않는다.
여섯째, 매장이다. 직원의 안내로 숲에 들어가 분골한 유골을 함께 땅에 묻고, 위치를 알리는 SLEEP LETTER가 발행된다. 복장은 상복이 아니라 걷기 편한 평상복이 요구된다.
at FOREST는 2026년 9월 24일부터 이 전체 과정을 일괄로 맡는 순환장 묘 정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행정 절차 안내, 유골 이송, 숲 매장, 영대공양까지 포함하며 대응 지역은 도쿄, 사이타마, 가나가와, 지바, 군마, 도치기, 이바라키, 오사카, 교토, 시가, 효고다. 일부 제외 지역이 있다.
비용 구조
2026년 10월 현재 공식 사이트 기준으로 순환장 단독 요금은 노세 묘켄잔이 77만 엔부터, 마노지가 67만 엔부터다. 묘 정리를 포함한 일괄 서비스는 113만 엔부터다. 요금에는 묘지 사용료, 분골료, 매장료, 당일 법요, 매일 독경, 묘지 관리료, 산림 보전료, 산림 보전 단체 기부금이 포함되며 신청 후 추가 관리비는 없다. 신청 월의 다음 달 말일까지 사찰 지정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묘의 규모와 거리에 따라 실제 금액은 달라지므로 견적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로 가마쿠라신쇼의 2026년 조사에서 일반 묘의 구입 평균은 152만 엔, 수목장은 약 72만 엔이었다.
묘를 정리하고 유골을 숲으로 돌려보내는 순환장 묘 정리 서비스는 113만 엔부터이며,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한화로 1,000만 원 안팎이다. 반면 일본에는 합사형 수목장이 5만 엔대부터 있고, 영대공양 합사 방식의 일반적인 요금대도 5만~30만 엔이다. 결과만 보면 유골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점은 같은데 요금은 몇 배에서 20배 이상 벌어진다. 분골한 유골을 땅에 묻는 일에 이 정도 금액이 필요한지, 표식도 없고 반환도 되지 않는 서비스에 이 값을 치를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운영사는 숲 보전, 매일 독경, 관리의 선불 비용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찰과 운영사의 배분과 항목별 금액은 공개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가 요금의 타당성을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 게다가 같은 서비스의 요금이 2024년 이후 48만 엔대에서 현재 67만 엔부터로 오른 것으로 보여,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상업적 가격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결정 전에 확인할 점
첫째, 유골은 반환할 수 없다. 분골한 유골을 그대로 흙에 묻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므로 가족 전원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표식이 없다. 숲 전체가 참배의 대상이 되는 구조이며, 위치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SLEEP LETTER가 발급된다. 참배 방식에 대한 가족의 기대를 미리 맞춰 두는 것이 좋다.
셋째, 부부가 완전히 같은 자리에 묻히려면 나중에 사망한 사람이 생길 때까지 한 분의 유골을 자택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 기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넷째, 반려동물과 함께 묻히는 플랜이 있으며 사람만의 구역과 장소가 분리된다. 법률상 부부가 아닌 사실혼이나 동성 커플, 친구나 형제자매도 이용할 수 있다.
시장 현황과 구조에 대한 짧은 정리
법적으로 유골의 매장은 허가받은 묘지에서만 할 수 있고, 묘지의 경영 주체는 지자체, 종교법인, 공익법인으로 제한된다. 순환장이 사찰과 협력하는 구조를 취하는 이유다. 회사는 2025년 10월 2.5억 엔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누적 조달액은 약 3억 900만 엔이다. 2026년 2월에는 일본의 자연장을 다룬 신서가 순환장을 가장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하는 등 사회적 인지도도 높아지는 중이다. 다만 누적 계약자 수 등 규모를 보여 주는 수치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맺으며
묘를 정리하는 일은 땅을 비우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꺼낸 유골이 어디로 가는지까지 정해야 비로소 정리가 완성된다. 순환장은 후계자와 관리 부담 없이 숲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하나의 현실적인 답이다.
※ 참고 자료
순환장 공식 사이트 https://returntonature.jp/
공식 FAQ https://returntonature.jp/faq/
순환장 묘 정리 보도자료(2026년 9월 24일)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56.000110675.html
마노지 거점 개설 보도(2025년 8월) https://ascii.jp/elem/000/004/312/4312367/
프리 시리즈A 보도(2025년 10월 21일) https://kepple.co.jp/articles/lxn2xwecdy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