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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빙장(冰葬)

다비코 2026. 9. 16. 19:25

스웨덴발 동결건조 장례, 왜 완성되지 못했나

 

2000년대 초, 스웨덴의 생물학자 수잔네 비이-모삭은 화장도 매장도 아닌 제3의 장례법을 제안했다. 시신을 액체질소로 급속 냉동해 잘게 분쇄한 뒤, 동결건조로 수분을 제거해 흙으로 돌아갈 유기물 분말로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이 방식에 이탈리아어로 '약속'을 뜻하는 promessa에서 이름을 따 '프로메션'이라 불렀고, 1997년 이를 상업화하기 위해 Promessa Organic AB를 설립했다.

 

친환경적이고 공간 효율적이라는 서사는 매력적이었다. 화장로의 수은 배출, 매장지의 토양 오염 같은 기존 장례 방식의 단점을 모두 피할 수 있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20년 가까이 완성되지 못한 시제품

 

프로메사는 12년간 약 32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수백 마리의 돼지 사체로 실험을 진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실제 사람에게 이 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스웨덴 욘셰핑의 한 화장장에는 프로메션으로 장례를 치르고자 했던 유족들의 시신이 10년 가까이 보관되어 있었으나, 결국 회사가 파산하면서 유족들은 프로메션을 포기하고 전통적인 장례로 방향을 돌렸다.

 

2012년, 사업 파트너였던 Promessa UK는 오랜 실사 끝에 손을 뗐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냉정했다. 프로메션 기술은 여전히 개념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15년, 프로메사 본사는 단 한 번도 완전히 작동하는 시설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파산·청산됐다. 창립자 수잔네는 말년까지 이 기술의 정신적 유산을 이어갈 대표들을 훈련시키는 데 매달렸으나, 2020년 9월 세상을 떠났다.

 

 

빙장은 시신을 분해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시신을 얼리고, 분쇄하고, 동결건조해 유기물 분말로 바꾸는 기술이었다. 그렇다면 그 분말은 과연 무엇인가?

화장은 유기물을 고온에서 소각해 대부분 제거하고, 알칼리가수분해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유기 조직을 용해·분해한다. 반면 빙장은 유기물을 대부분 남겨둔 채 분말의 형태로 바꾸어 땅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따라서 빙장에서 분말화는 처리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처리의 시작이다.그 분말을 어떻게 안전하게 취급하고, 무엇을 제거하며, 어떤 조건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낼 것인가. 빙장이 넘어야 했던 진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핵심 실패 지점, "얼린 시신을 진동으로 부순다"는 공정 자체

 

프로메션이 좌초한 진짜 이유는 자금이나 시장성이 아니라, 훨씬 근본적인 곳에 있었다. 바로 핵심 공정 자체가 실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로메션의 기본 아이디어는 1970년대 미국의 오래된 특허에서 출발했는데, 이 특허 역시 기계적 수단으로 분쇄한다는 서술만 있을 뿐 구체적 검증이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영하 196도로 얼린 인체를 특정 진폭의 진동만으로 곱게 분말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돼지 사체 실험에서는 성공적이었다지만, 인체의 결합조직과 골격 구조 차이를 고려하면 사람 시신이 돼지처럼 곱게 분말화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의구심은 업계 내부에서도 확인됐다. 프로메사의 경쟁 기술을 개발하던 영국의 Cryomation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냉동된 시신을 진동으로 입자화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경쟁사조차 같은 벽에 부딪힌 셈이었다.

 

대안을 찾은 후발주자, 그러나 여전히 미완성

 

Cryomation은 실패를 인정한 뒤 노선을 바꿨다. 진동 대신 열과 압축을 이용해 냉동된 시신을 안전하고 무균 상태인 분말로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대학과 협력해 수년간 연구를 진행했고 여러 정부 지원금과 상까지 받으며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상용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 기술은 너무 오래 이야기만 됐을 뿐 실제로 전달된 적이 없다는 자성이 내부에서조차 나올 정도였다. 완전 자동화된 1호기를 짓겠다던 계획은 이후 공개적으로 진전되지 않았다. 다만 법인 자체는 현재도 영국에 활동 중인 상태로 등록되어 있을 뿐이다.

 

왜 아쿠아메이션은 성공했는데, 이쪽은 실패했나

 

같은 시기 등장한 알칼리 가수분해, 이른바 아쿠아메이션 방식은 실제 상용 시설로 이어져 미국 일부 주 등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동결건조 방식은 두 개의 서로 다른 회사가 20년 가까이 매달렸음에도 프로토타입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차이는 명확하다. 화학적 용해는 이미 검증된 공정을 규모만 키우면 됐지만, 동결건조는 얼린 인체를 미세 분말로 분쇄한다는 기계공학적 난제 자체가 아직 산업적으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맺음말

 

프로메션은 좋은 이야기를 가진 기술이었다. 친환경, 공간 절약,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서사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백여 개국에서 문의가 쏟아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장례 기술은 결국 검증된 엔지니어링이 뒷받침되어야만 사람의 몸에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고, 두 회사 모두 그 벽 앞에서 결국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