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장례 비용을 모두가 나눠 내는 나라
마지막 길만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한다는 약속

스웨덴 사람들이 해마다 받아 드는 세금 고지서에는 조금 낯선 항목이 하나 적혀 있다. 장례 부담금이다. 소득의 0.3%가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금액을 내는 대가로, 그들은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 순간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보장받는다. 화장과 25년간의 쉴 자리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이 제도가 왜 스웨덴에서 뿌리를 내렸는지, 그 오랜 사연부터 들여다본다.
왜 스웨덴에서는 장례세를 걷는가
이야기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웨덴은 종교개혁과 함께 루터교를 국교로 삼았고, 교회는 오랫동안 국가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한때는 국민의 출생과 사망을 기록하는 일까지 교회가 맡았다. 마을마다 자리한 교회 묘지는 자연스럽게 모든 주민이 기대어 눕는 공동의 땅이 되었다.
그런데 그 땅에는 오래된 그늘도 있었다. 국교회가 묘지를 사실상 독점하던 시절, 교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에 누울 것인가 하는 물음이 따랐다. 교회 구성원이 아닌 이들도 교회세의 일부를 이교도세라는 이름으로 냈고, 1974년에는 그 비율이 구성원이 내는 금액의 30% 수준까지 내려갔다. 1951년에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이 제정되어 종교 없는 장례도 길이 열렸다. 믿음이 있든 없든, 사람의 마지막은 같은 존엄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사회에 스며든 것이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0년 1월 1일에 찾아왔다. 464년 동안 이어져 온 국가와 교회의 결합이 끝나고, 두 기관이 법적으로 갈라섰다. 그때 사람들은 물었을 것이다. 교회가 해 오던 장례의 일은 이제 누가 맡는가. 스웨덴이 내놓은 답은 이러했다. 묘지를 돌보는 일은 국가가 위임한 공적 임무로 남기되, 비용은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가 함께 부담하고, 혜택 또한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거주자가 똑같이 누린다는 것이다. 장례법에는 주민등록된 모든 거주자가 장례 부담금을 낸다는 조항이 새겨졌다.
오늘날 스웨덴 290개 지자체 가운데 288곳에서는 스웨덴 교회의 교구가 이 일을 맡고, 스톡홀름과 트로나스 두 곳만 19세기부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한다. 운영 주체가 교회라 하여도 서비스는 신앙과 무관하게 중립적이어야 하고, 교회 구성원이 아닌 이들의 이익이 지켜지는지 살피는 감시자까지 따로 임명된다. 이름은 교회이지만 성격은 엄연한 공공서비스인 것이다.
2016년에는 전국에 같은 요율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교구가 아니라 사는 집의 주소로 등록하게 되면서, 교구마다 다른 요율을 매기는 방식이 더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를 내고, 무엇을 받는가
2026년의 요율은 소득 100크로나당 29.2외레, 즉 0.292%다. 1크로나를 약 150원으로 셈하면 1만 5천원을 벌 때마다 약 44원을 내는 셈이다. 2025년에는 이자 비용과 큰 시설의 보수 때문에 1.6외레가 올랐고, 2026년에는 0.1외레가 소폭 내렸다. 소득이 없는 이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연 소득이 25만 크로나(약 3,750만원)인 사람은 연간 11만원(월 9천원), 연 소득이 35만 크로나(약 5,250만원)인 사람은 연간 15만 3천원(월 1만 2,800원), 연 소득이 45만 크로나(6,750만원)인 사람은 연간 19만 7천원(월 1만 6,500원)이다.
이 담담한 금액이 지켜 주는 것은 결코 작지 않다. 종교 상징이 없는 고요한 장례 공간, 고인이 잠시 머무를 안치 시설, 화장, 25년간 이어지는 묘지 사용권과 안장의 모든 작업, 그리고 보관 장소에서 장례식장과 화장장과 묘지로 이어지는 운구까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
물론 모든 것을 국가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관과 유골함, 염습, 꽃, 부고 광고, 추모의 식사, 묘비, 묘지 관리, 장례지도사의 손길은 남은 이들이 정하고 부담한다. 스웨덴 교회 구성원이라면 별도로 내는 교회 회비로 사제의 집례와 음악가의 연주까지 함께 누린다.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뼈대, 곧 화장장과 묘지와 시설이다. 그 위에 어떤 이별을 올릴지는 각자의 마음에 맡겨 둔다.
한국에 적용한다면
한국의 장례비용은 갑작스러운 슬픔 위에 얹히는 또 하나의 짐이 되어 유족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공적 지원이라고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1구당 80만원을 지급하는 장제급여와 지자체마다 다른 공영장례 정도가 전부다. 그 바깥에 선 평범한 가정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견적서를 마주해야 한다.
한국은 화장률이 94%인 나라이고, 2025년 한 해에만 36만 2,968명이 세상을 떠났다. 고령화와 함께 이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고, 해마다 거의 예측 가능한 수만큼 반복되는 일이라면, 그 기본 비용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상상해 보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닐 것이다.
스웨덴과 같은 방식을 가정해 보자. 1인당 300만원 상당의 기본 서비스를 사망자 36만여 명에게 제공하면 한 해 1조원 남짓이 든다. 근로소득 총급여 합계가 약 944조원이니, 소득의 0.12% 안팎이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평균 연봉 4,477만원의 직장인이라면 한 해 5만 4천원, 한 달에 4,500원쯤이다. 커피 한 잔 값보다 작은 이 금액이 모두의 마지막을 지켜 줄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한국에는 스웨덴 같은 국가교회의 전통이 없고, 화장장을 지을 땅을 두고 벌어지는 주민들의 갈등과 지역 간 시설 격차라는 고유한 숙제가 있다. 부담금 방식이 맞는지, 일반 재정으로 충당하는 편이 나은지도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만하다. 가장 슬픈 날에 가장 먼저 비용을 걱정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별 앞에서 오롯이 슬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스웨덴의 장례세는 그 조용한 질문을 우리 앞에 놓아 두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자체 예산으로 자국 내에 거주하는 누구나 사는 지역에서 무료로 묻힐 수 있다. 중국 선전은 2012년부터 호적과 상관없이 모든 주민의 기본 장례서비스 10개 항목, 약 2,200위안(약 47만원)을 면제한다. 일본은 지자체에 따라 주민에게 화장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덴마크는 일부 지역에서 교회 구성원의 묘지 사용을 무료로 한다. 국내에서는 제천시가 내년부터 공설 화장시설 영원한 쉼터의 이용료를 관내 주민에게는 받지 않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