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회귀

무덤을 없애주는 사업

다비코 2026. 8. 18. 10:46

 

 

산업의 방향이 바뀌었다

 

한 산업의 성격은 그 산업이 무엇을 '판매'하느냐로 정의된다. 지금까지 장묘 산업이 판매해 온 것은 자리였다. 묏자리, 봉안당 한 칸, 수목장 나무 한 그루. 죽음을 맞은 사람에게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정의가 뒤집히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된 종활(終活) 전문기업 가마쿠라신쇼(鎌倉新書)는 2026년 4월 주주총회에서 흥미로운 발언을 남겼다. "묘지 정리(墓仕舞い, 하카지마이)는 수익성이 좋다." 회사는 묘지를 새로 파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있는 묘지를 정리해주는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고, 2028년 1월기까지 매출 128억 엔을 목표로 묘지 철거와 이장을 정식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실제로 2027년 1월기 1분기(2026년 2~4월) 실적에서 간병 사업은 전년 대비 48.1%, 장례 사업은 20.7% 성장하며 고령자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원스톱 구조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묘지 탐색부터 납골, 영대공양, 합장묘, 수목장, 산골, 묘지철거, 유골 이장까지. 이 모든 서비스가 하나의 체계로 묶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더 이상 '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묘지를 정리하는 이유의 1위는 "묘지가 너무 멀어서", 2위는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서"였다. 비용은 절반가량이 70만 엔 이하에서 마무리된다. 지방 인구 소멸과 무연고화가 만들어낸, 조용하지만 확실한 시장이다.

 

한국은 다른 경로로 같은 지점에 도착한다

 

한국은 일본과 출발선이 달랐다. 매장에서 화장으로의 전환이 훨씬 빠르고 급격하게 일어났다. 2001년 화장률은 38.5%였다. 2016년에는 82.7%, 2025년 1월 기준으로는 93.5%에 이르렀다. 25년 만에 매장 중심 사회에서 화장이 압도적 주류인 사회로 바뀐 것이다.

 

문제는 이 급격한 전환이 만들어낸 '유산'이다. 한국에는 장사법상 시한부 매장 제도라는 것이 있다. 매장은 최장 60년(30년+1회 연장)까지만 허용되고, 기한이 끝나면 법적으로 파내어 화장한 뒤 봉안해야 한다. 2015년 12월 사용 기한이 30년으로 연장되며 첫 만료 시점이 2031년 1월로 확정됐다.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이 제도의 적용 대상만 전국 64만 5천여 기, 신고되지 않은 무연분묘까지 합치면 전국에 흩어진 분묘 전체는 약 2천만 기로 추산된다.

 

이 제도가 설계된 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화장률이 30%대에 머물던 시절, 매장 억제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도입된 조항이다. 지금은 화장률이 93%를 넘었다. 억제할 매장 자체가 거의 사라진 사회에서, 남아 있는 매장묘를 강제로 정리하겠다는 법 조항만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2031년부터 이 법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한다.

 

두 나라가 서로 다른 답을 찾고 있다

 

일본의 접근은 서비스업의 확장이다. 이미 존재하는 법과 절차 안에서, 유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이장·철거·개장 과정을 대행해주는 플랫폼을 키우는 방식이다. 가마쿠라신쇼가 보유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20만 명 규모의 연간 이용자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간병-상속-부동산-묘지 정리로 연결하는 영업 구조다. 산업의 무게중심이 '판매'에서 '해결'로 옮겨갔을 뿐, 법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방향은 조금 더 근본적이다. 법 자체가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2천만 기에 달하는 분묘를 일일이 개장하고 화장해서 봉안하는 데 드는 비용은 조 단위로 추정되고, 실태조사에만 2,221억 원이 소요된다. 시간도 예산도 감당이 안 되는 규모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두 가지다.

 

첫째, 수목장·자연장 전환. 매장 후 30년이 지난 유해는 이미 상당 부분 자연으로 돌아가 있다. 굳이 파낼 필요 없이 그 자리에 나무를 심는 특례 조항 하나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둘째, Lift & Deepen. 기존 묘를 더 깊게 파서 원래 유골을 아래로 옮기고, 그 위 공간에 새로운 매장을 허용하는 수직 적층 방식이다. 영국 시티 오브 런던 묘지 등에서 2007년 관련 특별법을 근거로 75년 이상 된 무덤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 중인 방식이며, 호주 일부 주는 19세기부터 유사한 제도를 운영해왔다. 핵심은 유해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땅, 같은 자리에서 세대를 이어 쓰는 방식이다.

 

현행 한국 장사법은 이런 방식을 상정하지 않는다. 묘혈 안에서 위아래로 유골을 옮기는 것도 '개장'으로 간주되고, 합장은 혈연관계를 전제하며, 재안치 이후 설치기간을 언제부터 다시 계산하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법 조문 몇 개를 다시 쓰는 문제에 가깝다.

 

겹쳐 놓고 보면 보이는 것

 

일본과 한국의 이 두 흐름을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선명해진다. 두 나라 모두 산업의 무게중심이 '새로 만드는 것'에서 '이미 있는 것을 처리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동의 방식이 다르다.

  • 일본은 수요자 편의를 파고든다. 법과 제도는 그대로 두고, 그 사이의 번거로움을 대행해주는 플랫폼 사업으로 시장을 키운다.
  • 한국은 2031년이라는 명확한 마감 시한 앞에서, 법을 고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한 규모의 문제가 예고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에 두 가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나는 일본형 모델, 즉 개장·이장·봉안 전 과정을 유가족 대신 처리해주는 통합 대행 서비스다. 지자체마다 상시적으로 올라오는 '분묘 개장 공고'를 감당할 민간 플랫폼은 아직 일본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만 가능한, 법 개정을 전제로 한 새로운 시장이다. Lift & Deepen이 장사법에 특례 조항으로 들어오는 순간, 공설묘지 운영자에게는 같은 부지에서 새로운 수입을 만들 방법이 생기고, 무연고 분묘가 몰린 산지 소유자에게는 강제 없이도 자발적으로 정리할 유인이 생긴다.

 

정리하며

 

가마쿠라신쇼의 주주총회 발언 한 줄, "묘지 정리는 수익성이 좋다"는 말은 단순한 실적 코멘트가 아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산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사람은 계속 태어나지 않아도, 이미 죽은 사람의 자리는 누군가 계속 정리해야 한다.

 

한국은 화장률 93%라는 숫자로 이미 그 사회에 들어와 있다. 남은 것은 2031년까지, 2천만 기의 분묘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마주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강제로 파헤쳐 개발지로 넘길 것인가, 아니면 같은 땅에서 세대를 이어가는 방법을 법 안에 새로 써넣을 것인가. 그 답에 따라 '무덤을 없애주는 사업'의 한국형 버전이 어떤 모습일지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