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엔딩

무덤에게 남은 시간② 노이즈마케팅이 된 법

다비코 2026. 9. 21. 16:27

 

한시적 매장제도,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던 걸까

2015년 12월, 시행 2주를 앞두고 뒤집힌 15년의 약속. 이 장면을 두고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정부는 애초에 이 법을 지킬 생각이 있었을까.

정부가 스스로 밝힌 이유

답의 실마리는 뜻밖에도 정부 자신이 남긴 기록에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등록된 2015년 12월 개정 당시의 공식 개정이유는 이렇게 적혀 있다.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는 한시적 매장제도가 2001년부터 실시되었으나 이에 대한 국민의 낮은 인식, 분묘개장에 따른 국민의 반감 및 국민불편 등을 고려하여 분묘설치기간을 현행 15년에서 30년으로 확대"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가 "국민의 낮은 인식"이다. 뒤집어 읽으면, 법을 만든 지 15년이 지나도록 정부 스스로 이 제도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민이 모르니 반감이 생기고, 반감이 생기니 집행을 미룬다는 순환. 그 시작점은 홍보 부족이었다.

"매장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건 법 시행 이후 어느 순간의 진단이 아니다. 시한을 코앞에 둔 시점의 진단이었다. 2011년 발표된 논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비판적 고찰」(임형택)은 첫 만료를 5년 앞둔 시점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에 대한 대국민 홍보부족으로 인하여 오는 2016년 1월 13일 이후부터 매장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법을 만든 지 10년, 시한까지 5년. 그런데 이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아는 국민이 드물었다. 준비 부족은 예산이나 행정 인프라의 문제이기 이전에, 더 근본적으로는 이 법을 진지하게 알리고 집행할 의지의 문제였다는 뜻이다.

 


법학자가 붙인 이름 ... "노이즈마케팅"과 "늑대소년"

가장 날카로운 평가는 2016년, 시행 연기 직후 나왔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규 교수는 논문 「장사법의 처벌규정과 그 문제점」에서 이 제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이 노이즈마케팅의 핵심내용이었던 한시적 매장제도는 그 시행 2주일을 앞두고 연기되었다. 즉, 분묘의 설치시한 15년을 30년으로 확대함으로써, '처벌하겠다'던 으름장은 사실상 하나의 헛구호에 그친 셈이다. 행정목적을 달성하고자 형사처벌을 너무 일찍 투입함으로써, 실은 그 처벌이 늑대소년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노이즈마케팅'과 '늑대소년(양치기 소년)'. 법을 연구하는 학자가 국가의 법 제도에 붙인 이름치고는 이례적으로 신랄하다. 전자는 이 제도가 실제 집행보다는 "매장을 억제하겠다"는 메시지 자체에 방점이 찍힌 상징적 입법이었다는 뜻이고, 후자는 지키지 못할 경고를 반복하다 신뢰를 잃은 처벌 조항의 운명을 가리킨다.

의도인가, 방치인가

물론 '기만'이라 부르려면 증거가 하나 더 필요하다. 정부가 처음부터 지키지 않을 작정으로 이 법을 만들었다는 내부 문건이나 회의록은 없다. 남아있는 건 의도가 아니라 결과뿐이다. 홍보 없이, 예산 없이, 실태조사 없이 흘려보낸 15년이 시행 2주 전의 연기로 끝났다는 사실.

 

그렇다면 이 제도에 붙일 정확한 이름은 '계획된 기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켜질 걸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법'이다. 국토 잠식을 막겠다는 메시지는 필요했지만, 그 메시지를 감당할 행정력과 예산은 애초에 설계에 없었다. 의도한 기만이든 방치된 무능이든, 국민이 받아 든 결과는 같다. 15년 뒤 정리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질문

2001년의 법은 국민 대부분이 모르는 사이 시행됐고, 2015년의 개정도 국민 대부분이 모르는 사이 조용히 통과됐다. 지금 2031년을 향해 가는 이 제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알고 있을까. 정부가 "2027년까지 준비하겠다"고 말할 때, 그 말이 2001년과 2015년에 이미 실패했던 것과 다른 결과로 이어지리라 믿을 근거를, 지금까지의 기록에서는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