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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무덤 위에 무덤, 그 위에 또 무덤

12,000여개의 묘비가 빽빽하게 들어선 프라하 유대인 묘지-Wikimedia

1478년 체코 프라하 유대인 거주지역에 조성된 이 묘지는 200평에 불과한 장소에 약 10만구의 유대인 시신이 묻혀있는 곳입니다. 어떻게 이 협소한 장소에 10만구나 되는 시신이 묻힐 수가 있었을까요?

유럽 최대의 유대인 강제거주지구였던 이곳은 거주지역 바깥에 매장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 때문에 프라하에 사는 모든 유대인들은 이곳으로 와 묻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1787년 묘지가 폐쇄되기까지 309년 동안 이곳은 기존 무덤 위에 새 흙을 덮고 다시 무덤을 조성하는 '적층방식'을 적용하여 운영되었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이 적층식 매장방법은 유럽에선 기원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습으로 한 장소에 여러명의 유골을 수직으로 밀집시켜 보관하던 집단 매장방식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의 까보(Caveau)와 앙프(Enfeux) 등의 적층식 매장방식으로 이어져 내려왔고, 이는 묘지의 수평적 소비를 막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프라하 유대인 묘지는 워낙에 협소한 장소에 많은 시신을 매장하려다 보니 적층을 12층까지 쌓아 올리게 되었고, 기존의 묘비는 뽑아서 새로 조성된 무덤위에 같이 세워놓게 됩니다. 이런 반복되는 과정중에 상당수의 묘비는 소실되었고 지금은 1만 2,000여개의 묘비만 이곳에 뺵뺵하게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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